안정기 업계의 원로격인 서풍의 윤세양 사장(62)과 소장그룹을 대표하는 피닉스엔지니어링의 안덕근 사장(32)이 마주 앉았다. 화제는 자연스레 건설경기 위축으로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상황에 모아졌다.
안 사장은 『수출로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수출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내수가 위축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피닉스엔지니어링이 지난 2년간 수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치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내년에는 100만달러 수출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
이에 대해 윤 사장도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윤 사장은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들었지만 해외 시장은 아직 무궁무진하다』며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원가를 줄이고 제품의 특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 윤 사장은 『고마크의 기술기준이 세계적으로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수출 가능성은 많은 편』이라며 『서풍도 독일 및 일본 업체에 견본을 납품하는 등 활발히 수출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수출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내수 기반도 갖춰놓아야 한다』며 『둘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의 경기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수출 모델은 개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수출에만 매달릴 경우 유동성이 떨어져 개발비 부족으로 중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설명.
그동안 안정기 업계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시도를 해왔다. 올해 초 윤 사장이 회장직을 맞은 고마크협의회는 그동안 부품 공동구매, 공동브랜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안 사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부품을 공동구매하면 원자재 가격을 20% 가량 낮출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몇몇 업체끼리만 공동구매가 시도돼 왔다』며 『대만의 경우 정부주도로 부품을 구매해 IR사의 경우 국내에서 400원대에 판매되는 FET를 20센트에 구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대만의 기술력이 국내 수준을 따라잡았고 부품도 싸게 구매하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고마크협의회 차원의 공동구매 사업에 대한 의지를 넌지시 확인하는 안 사장에 대해 윤 사장은 『사실 그동안 고마크협의회가 지난 몇 년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금·조직·인력 등 여려 요소가 필요하며 이제는 모든 것을 갖춘 만큼 내년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한다.
경영철학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윤 사장과 안 사장 모두 신제품에 대한 소개로 대신했다. 기성세대들은 지금까지 기업경영의 최고 가치를 정도경영에 두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모험을 감수하더라도 기술개발에 더욱 무게를 실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윤 사장은 『서풍도 3년 동안 HID용 안정기를 개발·시험해왔으며 내년 상반기중 출시할 방침』이라며 『장기간 온·오프시험, 저전압·저도 시험 등을 거쳤기 때문에 시중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정기 개발인력들이 이제는 더 이상 개발할 것이 없다고들 자만하지만 아직도 프리볼테이지·프리와테이지 안정기 등 개발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안 사장은 『일본 거래처에서 프리볼테이지 안정기 공급을 의뢰해와 최근 개발을 마쳤다』며 『앞으로 프리와테이지 안정기도 개발, 기술 재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안 사장에 따르면 프리볼테이지 안정기는 다양한 전압에 사용할 수 있어 재고부담을 줄여주고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100V·200V겸용 건물이 많아 내수도 기대된다고 한다.
내년 안정기 시장전망에 대해 윤 사장과 안 사장은 결코 밝지 않지만 노력에 따라 상황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데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윤 사장은 『정부가 에너지 절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ESCO 사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다행』이라며 『홍보를 강화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조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안 사장도 『고유가 덕분에 전자식 안정기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며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안정기가 부품으로 인식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한다. 안정기가 부품으로 인식되다보니 독자적인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업체들이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면서 이는 곧 낙후한 국내 조명 기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리를 파할 무렵, 윤 사장은 『기성세대들이 그동안 길을 닦아왔으니 젊은 기업가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젊은 세대들은 뒤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으니 원로들이 젊은 세대를 바른 길로 이끌어달라』고 화답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윤세양 사장
△39년 충남 홍성 출생
△59년 홍성고 졸업
△85년 서풍 창업
△2000년 고마크협의회장
◇안덕근 사장
△69년 경북 영주 출생
△88년 광운공고
△92년 명지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