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30회-투명경영은 쫀쫀한 것

디지털 혁명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것 중의 하나가 통신과 정보처리 비용의 하락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공짜로 해외 통화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반적인 업무 처리비용도 갈수록 저렴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처리비용이 비싸 모든 일을 직접 처리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쉬운 방법으로 업무처리를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직접 처리할 때보다 외주비용이 더 저렴해지면 기업의 핵심 역량은 커지고,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으로 총체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네트워크 상에서는 모든 것이 드러난다. 기업이 네트워크 상에서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으려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기본이다. 바로 그 신뢰는 투명한 경영을 통해 형성된다.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질서와 생활패턴이 점차 확산되어 갈수록 정직한 경영이 기업의 성공과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투명하지 못한 기업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투명성은 우리가 세계화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실기업의 해외 인수 협상 결렬이 대표적인 예다. 네트워크 시대에 기업이 투명성을 높이려면 다음의 세가지에 투명해야 한다.

기업의 투명성은 첫째, 국제수준의 회계기준을 요구한다. 기업에서 발표하는 재무자료들이 기업의 상태를 정직하게 반영해야 한다. 해외 유수 기업들은 주가나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을 당해연도에 모두 반영한다. 그리고 보충설명을 곁들인다. 부실채권도 일단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면 최대한 반영해서 주주나 투자자들

이 정확히 기업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둘째, 경비규정도 투명해야 한다. IBM의 출장비 규정은 매우 단순하다. 출장 중 호텔 숙박비용은 실비정산하고 개인이 먹고 쓰는 데 드는 비용은 일당으로 직급에 무관하게 도시별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뉴욕은 일당이 미화로 50달러다. 미국직원이나, 한국직원이나, 사장이나, 신입사원이나 모두 같은 50달러다. 단 저녁식사를 초대받았을 경우에는 일당에서 75%를 뺀다. 조찬까지 본인 부담이 아니었다면 나머지 25%까지 뺀다. 즉 아침과 저녁식사를 제공받은 날은 일당이 없는 것이다. 일당은 식대로 준 것인데 본사나 지사에서 식사를 제공할 경우 2중으로 경비가 지불되는 것을 막고 또 초대받았을 경우 당연히 회사에서 받았던 일당 중 그 식대 부분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단 회사 일로 발생되는 비용은 사장이던, 직원이던 이름·소속·직위·목적을 밝히고 비용을 청구하면 처리해 준다. 그래서 기밀비 규정이 없다. 모든 경비가 투명하게 처리된다. 세계적인 기업 시스코의 경우는 경비에 대한 규정이 더욱 엄격하다.

챔버스 회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도 비행기를 이코노미 클래스를 탈 정도니, 한국 지사장이 회사경비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어느 경영자 세미나에서 이 얘기를 들은 대기업 경영자가 그렇게 쫀쫀해서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투명하다는 것은 바로 쫀쫀한 것이다. 아무도 기분이나 정에 따라 회사의 경비를 쓸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공정한 인사다. 인사고가가 업무 성과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한 인사고가로 진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은 사람이 움직인다. 기업의 성공여부는 탁월한 리더와 그와 함께 비전을 같이하는 직원들에게 달려있다. 모두가 하나되어 전심으로 회사를 위해 뛸 때 엄청난 시너지가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가 투명해야 한다. 친족 위주에서 탈피하고 학연·지연을 떠나 인사가 공정해질 때 그 기업은 세계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물론 한국기업들이 외국기업과 똑같이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투명성을 말할 때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투명하지 않으면 네트워크 사회에서 제대로 된 기업경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사회는 정직과 투명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우리나라가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강자가 되려면 더욱 정직한 기업, 투명한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직과 투명성 위에 새 틀을 짜고 도약의 기회를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