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 이슈>위성방송 본 방송 개시

지난해 한국통신과 KBS가 주도하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올 7월에는 시험 방송이, 10월경에는 본격적인 방송서비스가 실시된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깨끗한 고화질에 70여개에 이르는 다채널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방송시장에 유례없는 대변혁을 몰고 올 전망이다.

위성방송은 위성수신기를 설치한 가입자가 우주 상공 3만6000㎞ 정지 궤도상에 위치한 위성체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영상은 물론 데이터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받아볼 수 있는 유료 상업 서비스다.

지상파TV와 케이블TV가 각각 난시청과 막대한 전송망 설치비로 일부 지역에는 서비스가 불가능한 반면 위성방송은 수신설비만 갖추면 산간벽지와 도서는 물론 북한 및 해외 일부 지역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사업자로 선정된 KDB는 프로그램공급업자(PP)로부터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채널 패키징, 가입자 유치 및 관리, 수신기 유통, 과금 등 위성방송 운영에 관련된 총괄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위성방송 시청을 원하는 가입자는 접시 안테나와 케이블TV의 컨버터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세트톱박스를 설치해 직접 시청이 가능하다. 또 각 지역의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에서 위성방송을 수신하고 기존 케이블망을 활용해 가입자에게 전송해주는 SCN(Space Cable Network) 방식으로도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위성방송 가입자는 다양한 채널 묶음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패키지만을 선택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DB는 월 6900∼3만원대의 채널 패키징을 선보이고 수신기 가격도 패키지 종류에 따라 무료에서부터 1만2500원(12개월 할부기준)까지 세분화해 가입자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접할 수 없었던 각종 부가서비스도 제공된다.

최신 영화·스포츠 중계 등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료를 편당으로 지불하는 PPV(Pay Per View)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로 편당 시청료는 1000원선이 될 예정이다.

별도의 데이터 방송채널을 통한 인터넷 검색 서비스, 홈뱅킹, e메일 기본 서비스와 TV드라마를 보다가 탤런트의 장신구를 클릭하면 물품에 대한 정보검색은 물론 구매까지 가능한 전자상거래도 선보인다.

이러한 위성방송 서비스의 개시는 국내 영상산업의 발전과 방송장비 시장의 특수를 가져오는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위성방송 서비스로 국내 영상 제작물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향후 10년간 최대 3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생산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형태의 포괄적 산업 육성이 급진전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 산업, 데이터 방송 등이 활성화되는가 하면 규모는 작지만 전문적인 분야의 프로그램 공급을 담당하는 독립 프로덕션이 급증하는 등 지상파가 독점해온 프로그램 수급 체제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정체성 확립 차원에서도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국경을 넘나들던 외국 위성 채널의 난립을 막는 최소한의 장벽이 마련돼 저질문화 유입으로 인한 사회·문화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위성방송 사업은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초기 자본금 3000억원 규모로 출범하는 위성방송은 사업 조기 정착을 절체절명의 숙제로 안고 있다. 그동안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온 케이블TV의 경우 사업 개시 6년차인 올해까지 100만명에 못 미치는 기본형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위성방송이 케이블TV와 확실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가입자 기반 확보에 실패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내는 수신료에 의존해야 하는 이 사업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갑자기 늘어난 채널을 어떻게 양질의 콘텐츠로 채우느냐는 고민과도 직결된다. 자칫 지상파와 해외 유명 채널들로 점철된 서비스가 되지 않으려면 콘텐츠 투자조합 등을 통한 틈새 프로그램 제작 등도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존 케이블TV 사업과 극단적인 경쟁을 벌이기보다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업계에서는 올 10월 본격화될 위성방송 서비스가 성공 모델로 자리잡으려면 가까운 일본의 스카이퍼펙TV나 영국의 BSkyB, 프랑스의 카날플러스 등 이미 부침을 거듭했던 해외사례를 충분히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충고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