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에 희망을 안겨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올해 우리 경제와 전세계적인 경제성장세의 후퇴 전망 등으로 새해를 맞는 전자·정보통신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경제성장세의 둔화가 예고되고 있고 지난해 9월을 전후해 일기 시작한 국제 석유가격 앙등이 매출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세계적 경제연구소들은 지난해 4%대 후반의 성장세를 보였던 세계경제가 올해는 간신히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성장 둔화 전망을 곳곳에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경제의 대명사인 전자·정보통신산업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의 경제성장률까지 지난해 5% 내외에서 올해 2% 후반 수준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IT)산업 호경기 여부에 따라 증시와 코스닥 첨단주 분야가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우리 실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의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이같은 우려속에서도 산업 전체 경제성장률의 2배에 이르는 10%대의 안정적 성장을 보일 것이란 점에서 대체로 낙관적이다.
올해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확대요인으로는 정보통신분야 기술경쟁력과 수출활성화, 국내시장에서 인터넷 사용의 확산,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 확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정보통신기기의 수출증가, 디지털 IMT2000 관련시장의 형성, 10월부터 시작되는 위성방송서비스 관련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및 수출확대 등으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또 지난 99년 말부터 곤두박질치던 코스닥의 주가하락도 지나치게 저평가되고 있다는 산자부 및 관련기관의 분석이 나온 만큼 올 중반께 코스닥이 정상궤도를 찾으리란 전망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대 단일 수출품목으로서 국제적 가격하락으로 인해 우리를 애태웠던 반도체산업은 사실 255억달러 수출을 기록한 만큼 호조로 볼 수 있으며 2001년 후반으로 갈수록 가격평정을 되찾아 낙관적인 분위기로 가리란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설비투자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200대 주요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는 10% 증가율 수준에 그치리란 전망도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어두운 평가와 맞물려 있다. 반면 지난 연말 발표된 정부의 연구 및 제조설비 투자기업에 대한 강력한 세액공제 지원책이 이 분야에 대한 설비투자 확산효과를 낳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배럴당 30달러대를 웃돌던 원유가격도 지난 연말부터 27∼28달러대를 기록하면서 한풀 수그러들어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리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지난해 내내 경제계의 화두로 떠돌았던 구조조정 및 경제개혁이 올 상반기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스닥을 통한 첨단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114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70억달러 내외로 축소되리라는 전망이고 보면 수입부품에 의존하는 산업계의 간접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난해 9%대(추정치)를 유지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엔 5%대로 위축되리란 예측속에 가전업계 등 내수위주의 전자·정보통신산업계도 그 여파를 피할 수는 없으리란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이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생산 11.8%, 수출은 20.6%, 내수 16.4%의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측은 이같은 전망이 미국경제의 추락 분위기, 여전히 높은 유가 등을 고려할 때 수출분야의 증가세가 다소 낮아져야 한다는 시각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지난해 17.7%(추정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은 올해 10.4%대의 성장세로 다소 위축세를 보이긴 하겠지만 여전히 산업을 주도하리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올해 우리 전자·정보통신산업계는 다소 낙관적이긴 하나 수출에서 820억달러, 생산 108조원으로 우리 수출에서 40%를 차지하면서 IMF사태 이후 또다시 위축되기 시작한 우리 경제를 견인할 중추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통신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세계 가전시장은 아날로그가전에서 디지털가전 시대로 전환됨에 따라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 내수와 수출에서 환경변화에 대응한 치열한 수요확보와 수출경쟁에 들어서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가전업계는 올해 경기위축에 따른 내수부진 가능성이 워낙 확연해 이를 수출확대로 타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또 인터넷가전으로 불리는 인터넷TV 등 첨단 정보가전 시장을 놓고 벌이는 내수 및 수출경쟁도 그 어느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성장률은 9%대로 예측됐다.
◇통신기기=내수와 단말기 수출주도형의 통신서비스 및 제조산업은 하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통신서비스사업자 통합 및 경기침체는 통신 내수시장의 하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통신 및 기간통신에서 거의 20%대에 육박하는 감소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IP분야에서 호조를 보이리란 전망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분야는 통신기기 수출분야가 꼽힌다.
올해 통신기기 수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의 수출증가율을 보이면서 활로를 찾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데이터통신으로 대변되는 IP(Internet Protocol) 및 IT관련 서비스는 고속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시장에서는 중국정부가 CDMA를 선택함에 따른 단말기 장비특수를 내다볼 수 있게 돼 수출의 물꼬를 트게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내수에서 위축된 경기를 수출로 타개할 수 있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컴퓨터·정보기기·SW=컴퓨터·모니터·LCD 등에서 40%의 성장세를 보였던 지난해에 비해 다소 주춤하겠지만 170억달러 수준의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지난해 Y2K호재로 인해 연초부터 두드러졌던 내수 폭발세가 주춤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SW산업은 전반적으로 10% 내외의 성장을 보일 IT산업의 추세를 볼 때 업종전망은 낙관적이나 업종별로 기술력에 따른 부침은 더욱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기업간 전자상거래 지원정책,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공급망관리(SCM)시스템, 고객관계관리(CRM) 등의 솔루션 확산은 이같은 기업간 격차를 크게 할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한마디로 올해는 인터넷 기반 솔루션시장의 풍부한 잠재력 속에 기술 및 마케팅력의 확보여부에 따른 기업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반도체·부품=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반도체 가격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았던 반도체분야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격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수요처인 세계 PC시장이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세를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시점은 반도체시장의 경우 이르면 2분기 이후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지난해 최고의 호황세를 보였던 반도체장비 관련시장은 올들어서도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크게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부분적인 호조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던 장비업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부품산업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해서 올 세계시장은 둔화의 시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도제품도 첨단 통신 및 가전용 지원부품으로 교체되는 시기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올 한해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등 첨단제품용 부품생산에 나서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부품업체들이 그동안 준비해 왔던 IMT2000 상용화 수요 등 첨단 통신부품, 디지털 가전용 부품, LCD, 포스트PC에 대비하는 첨단 부품분야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