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업계 이것만은 고치자>1회-호객

◆지난해 하반기 내내 극심한 경기침체로 암울한 연말을 보냈던 전자제품 유통업계도 새해를 맞았다. 용산 전자단지나 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일이삼전자타운 등지의 유통업체들로서는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만큼이나 새해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몇몇 전자상가에는 20세기형 구태가 남아 있다. 디지털 새천년이 밝았지만 과거의 악습을 전통·관례라는 이름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구태야말로 경기회복에 앞서 청산해야 할 요소다. 한번 떠난 소비자들의 신뢰는 좀처럼 되돌리기 어렵다. 본지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유통업체가 되기 위해 청산해야 할 좋지 못한 상행위들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새천년의 진정한 첫해인 올해, 이것만큼은 버리고 가자. 편집자◆

전자상가를 나가본 소비자라면 한번쯤은 「가격이나 상담하고 가세요」 「손님 뭐가 필요하십니까」라며 호객을 하는 상인들로 짜증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호객(呼客)이란 글자 그대로 「손님을 부르는 행위」다. 어떤 업종이든지 고객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고 싶은 욕심에서 이같은 호객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호객은 소비자에게는 종종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게 부각돼 있다.

특히 다양하면서도 고가인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전자상가에서의 호객은 의류매장이나 음식업소의 그것과는 달리 「바가지」의 액수가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달리 「호객행위」로 폄하되고 있다.

나진전자월드의 강평구 연합상우회장은 호객행위를 「상인이 자기 매장이 아닌 곳에서 손님을 유인하거나 상인도 아닌 사람이 길거리에서 소비자를 붙잡고 특정 매장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기 매장 안에서 지나가는 소비자들을 향해 「들어와 구경하세요」라든지 「일단 오셔서 상담하세요」라고 말하는 정도는 봐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호객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나 상인이다. 호객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매장의 경우 손님을 맞아들일 때는 마치 다른 매장보다 훨씬 싸게 판매할 것처럼 보이다가도 일단 손님이 매장안에 발을 들여놓으면 각종 감언이설로 바가지를 씌우곤 한다.

길거리에서 호객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특정 매장과 결탁해 소비자들을 유인한다. 전자상가의 「삐끼」로 불리는 이들은 그 대가로 매장주에게서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받는다. 따라서 전문 호객꾼이 안내하는 매장의 전자제품 가격은 호객꾼의 수당만큼 거품이 포함돼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같은 호객행위는 전자상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상인끼리도 알력을 조장해 아무에게도 실익이 없다. 상가의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되살아나고 있는 호객행위는 21세기 들어 청산해야 할 첫번째 구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