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케이블TV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공급사업(PP)이 등록제로 바뀌고 케이블TV방송국(SO)도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SO로 전환함으로써 경쟁체제로 바뀐다.
이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는 그 영향력이 더 커지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자는 도태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SO업계의 올해 가장 큰 화두는 경쟁력 강화와 디지털화다. 경쟁력 강화는 새롭게 SO로 전환되는 중계유선방송뿐만 아니라 기존 SO들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인 격이다.
기존 SO의 경우 가입자 유치를 위해 방송의 질을 강화하는 한편 경비절감 등 경영혁신을 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십년간 악조건 속에서도 흑자경영을 지속해 온 중계유선업체들이 SO로 전환할 경우 기존 SO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게 될 것으로 보여 SO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금력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MSO가 기존 SO와 중계유선을 흡수하고 PP사업에도 나서는 복수케이블방송국·프로그램사업자(MSP)로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SO업체들은 올 하반기에 디지털위성방송이 개시되면 시청자들이 대거 위성방송으로 이탈할 수도 있어 케이블TV의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와 준비작업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PP업계도 올해는 온실에서 벗어나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O업체들이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입자들이 선호하는 채널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전송하는 대신 시청률이 떨어지는 채널은 아예 송출하지 않을 방침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인기 없는 PP들은 설 땅을 잃고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SO와 PP간 프로그램 공급계약이 개별계약으로 바뀜에 따라 시청자가 선호하는 채널과 그렇지 못한 채널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조짐은 이미 지난해 말 SO협의회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종교방송 3사의 프로그램 공급가격을 낮게 책정하자 종교방송 3사가 이에 반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사태가 발생함으로써 현실화하고 있다.
또 그동안 2개 채널로 한정돼 있던 홈쇼핑 채널이 추가로 허가되는 것도 PP업계의 지각변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PP의 경우 종전에는 SO에만 프로그램을 공급했으나 앞으로는 위성방송에도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등 수요처가 늘어나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케이블TV방송계는 케이블TV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혼란과 시행착오, 불만 등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
중계유선의 SO전환 기준에 대해 중계유선과 SO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홈쇼핑 채널 획득을 노리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케이블TV방송계가 올해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를 통해 경쟁력이 강화되면 해외 진출의 기회를 확보하는 등 한단계 도약하는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