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수출이다>2회-수출환경의 변화

올해 우리 수출은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원유가격, 전자상거래 그리고 보이지 않는 표준인증 등의 기술적 규제장벽 등 여러가지 환경에 의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성장률 10.4%, 수출액 1910억달러로 잡고 100억달러의 무역수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전자·정보기술(IT)산업계도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 가량인 760억달러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그럼에도 전체 수출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0%대로 잡는 등 국제 교역환경의 악화를 고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사실 올해엔 지난해 보였던 121억달러 흑자라는 쾌속성장의 기조를 이어가기도 힘에 부쳐 보인다. 정부는 이러한 수출환경의 제반 변수를 고려하면서 수출을 통해 경제의 활기를 되살리기 위해 향후 1년 동안 또 다른 수출경주의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의 미진으로 인해 국내경기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255억달러 수출규모를 보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가격도 하향세를 못벗어나고 있는 터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전자·IT산업에 대해 지난해 못지 않은 기대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산업이 여전히 우리경제 성장의 주력 엔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치에서도 보듯이 우리의 전자·IT산업은 총 수출의 38.9%를 차지해 우리경제 회생의 유일한 돌파구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도 수출 견인역으로 그 소임을 다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환율

지난해 우리 수출의 12%를 점했고 총 수입액의 19.9%를 기록한 일본 엔화의 강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의 위축세를 보이리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오히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또 미국∼일본간 경제여건을 고려하고 4000억달러의 미국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고려할 때 달러의 강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올해 달러당 엔화의 환율이 1.20엔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달러당 원화를 1100원대에서 안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도 이같은 정부의 전망과 견해를 같이한다. 국내 전자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자 3사도 올해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매각이 활발해지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투자가 확대되면서 IMF 이후 처음으로 1100원 밑으로 떨어져 1080∼1090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 아래 사업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유가

올해 우리 경제와 수출전반을 볼 때 교역환경과 관련한 최대 변수는 무엇보다도 국제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원유가격 문제다. 지난해 세계경제의 주름살을 더한 가장 큰 변수였던 국제 원유가의 상승여파는 세계경제 부진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올 경제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산유국들의 감산에 따른 극심한 유가앙등 현상이 지난해 연말에 다소 진정된 것은 우리 기업들에 희망적이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연말 한때 배럴당 22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일단 안정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난 99년 배럴당 8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지난해 11월 한때 37달러까지 솟아오른데 따른 영향은 아직도 상당기간 지속되리란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배럴당 22∼26달러 선의 유가안정세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산유국 강경파들은 전략 비축유까지 풀어 원유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미국정부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유가의 안정세 여부는 올해 우리 기업들에 원가상승의 압박을 더할 전망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상대 교역국의 경제까지 위축시키면서 필연적으로 우리의 수출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경제환경

그렇다면 우리의 대외교역에 미칠 주요 국가 및 지역의 경제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우선 우리나라 수출의 21.8%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경제가 수상하다.

지난 10년간 경제 대풍작을 구가해 온 미국이 불행하게도 경제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7년, 98년 2년 동안 세계경제의 첫번째 위험요인이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경제불안 요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미국의 경제불안이 전세계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5% 내외인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3∼3.5%대에 머물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부채상환과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2.5% 이하 성장률을 보이는 경착륙까지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통상 환경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지난해 4000억달러에 달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적극책을 쓰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한미간 무역불균형 심화현상을 보이는데다 우리의 대미수출구조가 자동차, 철강 등 특정품목에 몰리고 있어 미국의 통상압력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럽을 보면 유럽통화연맹(EMU)이 자리잡아 감에 따라 자급 자족적 경제양상을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역내 교역활성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인증 등 및 환경친화적 제품을 요구하는 등 간접 규제가 만만치 않게 도사리고 있다. 우리제품에 대한 각국의 통상환경이 세계경제의 둔화와 함께 낙관적으로 전개되지 않게 보이는 이유다.

지난해 3.5% 경제성장률(추정치)을 보인 유럽은 올해에도 2.9∼3.4% 이상의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기업은 유럽국간의 역내 교역 증가 요인 등의 흐름을 살피면서 유로화에 대한 관심도 새로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경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단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경제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속에 중국은 향후 3∼5년간 경제강국으로서 두드러지게 부각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흑자로 볼 때 미국(76억달러), 일본(54억달러)에 이어 32억달러를 기록한 중국은 향후 우리에게는 가장 큰 잠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일단 CDMA 등 무선통신기기 단말기, 반도체 등 높은 대중국 수출잠재력에 따른 수출가능성이 예상된다.

다만 중국 위안화의 절하가 이뤄질 경우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우리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확대 방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01년 무역수지 규모를 55억달러로 예상한 정부가 올해 이를 100억달러 규모로 수정하고 수출독려에 발벗고 나섰다. 산업자원부는 수출성장의 엔진을 창출하기 위한 중소 벤처기업과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1조원 규모의 민간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20개 내외의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제수준의 산업부문 표준화 활동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표준규격과 관련된 국제적 교류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 그리고 비 교역적 장벽인 기술인증분야 및 특정지역에 편중된 무역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간접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수출진작책을 준비하고 있다. 산자부가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과 손잡고 한반도를 e비즈와 세계적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한 산업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 1조8000억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교역량 가운데 1조2000억달러 규모를 차지한 미국의 전자상거래 교역의 영향력을 살펴볼 때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정부와 기업의 이같은 노력은 새로운 교역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내다파는 수출형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연한 대응책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를 무역·물류·유통·수출 등의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무게중심축 변화

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이제 교역이란 더 이상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다. 비교우위를 잃은 값싼 노동력에 기반한 제품수출을 탈피해 정보 서비스 등 지식관련 산업과의 조화와 발전을 일궈내야 한다. 또 정보기술을 활용해 비교역적 장벽까지 초월하는 밝은 눈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할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