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산업은 전체 국민 총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전통적인 의미의 제조 및 서비스 산업의 온라인화와 신경제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서비스 산업의 급속한 확산으로 국내 경제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
국내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IT산업이 얼마나 활력을 갖고 국내 산업을 견인하는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명암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국내 산업구조다. 바야흐로 IT산업의 성장률과 수출 경쟁력이 바로 국내 산업의 성장률과 수출 경쟁력을 가리키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IT산업의 핵심은 PC·프린터·광저장장치·패키지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사업 등으로 대변되는 컴퓨터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컴퓨터 산업의 경쟁력이 과연 개선되고 있는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에 따라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달라진다.
2001년 신년 벽두를 맞아 국내 컴퓨터 산업의 경쟁력을 품목별로 점검함으로서 국내 컴퓨터 산업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바람직한 컴퓨터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수차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국내 컴퓨터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작년 말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한국컴퓨터산업의 국제경쟁력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데스크톱 컴퓨터·광저장장치·음극선관(CRT)모니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컴퓨터산업 관련품목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 21개 컴퓨터 하드웨어 품목 가운데 국제적인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비교열위 품목이 전체의 60%며 국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비교우위 품목이 전체의 40%로 전년보다 비교열위 품목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내 컴퓨터 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지난 97년의 2.7%에서 98년에는 2.8%, 99년에는 2.4%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상대인 대만과 싱가포르는 각각 7.3%와 8.6%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산업의 대표주자인 PC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 브랜드 수출이 미미하고 자가 브랜드 수출이 이뤄지더라도 500달러 이하의 초저가 제품에 국한되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이 미국의 델·HP·게이트웨이 등에 PC를 수출하고 있으나 자가 브랜드가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이 대부분이며 마진 폭도 매우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HDD의 경우 외국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며 국내 업체 가운데선 삼성전자 정도만이 겨우 명함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사운드 카드 등 멀티미디어 카드 분야는 사실상 대만 제품의 독무대다. 국내 유통시장은 대만 제품이 석권하고 있으며 OEM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표적인 경쟁우위 품목인 CD롬 등 광저장장치 분야는 비교적 국내 업쳬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지만 대만·일본 등 업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삼성, LG전자 등 업체들이 자가 브랜드를 통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나 대만의 플렉스터나 일본의 야마하·리코·소니 등이 맹추격중이다. 잠시 방심하면 수위자리를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이 그동안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했으나 소프트웨어의 거대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맹추격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DBMS·미들웨어·ERP·CRM·개인용 패키지 소프트웨어 등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대부분 시스템 소프트웨어나 운용체계·기업 및 공공기관의 기간 업무용 시스템은 오라클·MS·SAP 등의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컴퓨터 산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제고 방안도 매우 시급하다. 이 때문에 정통부·소프트웨어진흥원 등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들은 5년내 우리나라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컴퓨터 산업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력 확보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균형적인 성장만이 국내 컴퓨터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