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신년을 앞두고 터진 국내 최대 규모의 섬유 e마켓플레이스 비투비코리아(http://www.b2bkoreatex.com)의 파행운영 소식은 관련업계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본지 3일자 9면 참조
자본금 및 참여업체 규모로 국내 최대인 비투비코리아는 지난해 초 제일모직·한섬·화성섬유·데코 등 패션·섬유 대표업체 60개사 등 총 660여 주주사들이 공동출자, 자본금 45억원으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비투비코리아는 현대백화점 사장, 한국GE 이사 등을 각각 역임한 스타급 회장과 사장 등 이사 총 8명을 임명하며 시내 특급호텔에서 성대한 「비전 선포식」까지 치뤘다.
이후 비투비코리아의 「잔치」는 계속됐다. 사무실은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삼성동 아셈타워에 마련, 매달 임대료만 2600만원이 소요됐다. 회장과 사장에 에쿠스 등 최고급 승용차에 운전기사와 비서가 제공되는 등 이사급 이상에게는 그룹사 임원 수준의 대우가 주어졌다. 이들에게 억대의 연봉이 지급된 것은 물론이다. 최근까지 이 업체의 한 달 유지비는 인건비 등을 포함해 총 2억500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고가를 들여 도입한 외산 솔루션이 한글화가 불가능해지면서 구축작업이 전면 백지화되자 경영진 전면퇴진, 임직원 70% 퇴출 등으로 회사의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이르게 된 것. 뚜렷한 대주주도 없는 상태에서 주주사만 600여개에 달해 방만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시 「부재」 상태였다.
『한마디로 당장의 수익기반 없이 장기비전만 제시하던 비전문가들에게 주인 없는 회사를 맡긴 것이 화를 불렀습니다.』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에 참여중인 한 관계자는 지난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섬유·패션업계서 잔뼈가 굵은 주주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새롭게 구축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실 e비즈니스가 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섬유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철저한 사용자 위주의 서비스를 통해 회원사 원단 공동구매 등 현실적 수익기반 구축부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입니다.』
비투비코리아 신임 임원진에 선출된 한 이사의 「출사표」에서 새해 우리 e마켓플레이스 업계의 미래상을 읽는다.
<인터넷부·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