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0년 후의 반도체 집적회로는 지금보다 1억배 향상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리콘 바탕의 논리회로(CMOS) 기술은 앞으로 10여년 후면 「S」자 곡선으로 대표되는 기술 진화과정의 포화기(saturation period)를 맞을 겁니다.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한 차세대 논리회로(post-CMOS) 기술 연구가 지금부터 필요하며 분자소자 기술은 그 후보의 하나입니다.』
「최첨단 미래형 컴퓨터」 개발을 위해 「테라막(테라비트 멀티 아키텍처 컴퓨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휴렛패커드(HP) 연구소의 양자과학연구부(QSR:Quantum Science Research)의 스탠리 윌리엄스 박사가 말하는 분자소자 기술의 연구 이유다. 언뜻 보아 실리콘 기술이 대세를 이루는 지금 「양자 역학」이나 「분자 소자」와 같은 전자소자 연구를 민간기업의 연구소에서 수행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컨슈머 시장을 겨냥한 HP야말로 미래형 컴퓨팅 구현을 위해 나설 분명한 이유가 있다.
테라막 프로젝트가 HP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두 가지 점에서 HP의 기업 비전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최소형 고성능 최소 전력」으로 압축되는 미래형 컴퓨팅의 구현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컴퓨터의 크기를 PDA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연산속도는 지금보다 월등히 향상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에너지 소비량은 물론 작아져야하죠.』
윌리엄스 박사는 『지금보다 1만배 정도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한다.
두번째는 컴퓨팅에 사용되는 전력도 전기와 수도처럼 중앙공급장치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현실이 도래한다고 볼 때 결국 이를 감당할 대규모의 중앙 서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룹에서는 10∼15년 후의 전자소자 구현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장난감 등에 사용되는 간단한 메모리 수준이라도 5년후 첫 상용제품을 출시하고, 10년 후에는 하이브리드 실리콘 몰큘러 시스템이나 CPU를 생산할 계획이다.
테라막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근간 기술이 되는 「나노 기술」에 대해 미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알 수 있다. 현재 연방정부는 「국가 나노테크놀로지 연구소(NNI)를 만들기 위해 연간 2억5000만달러 규모를 지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에서도 4년간 3억달러를 투자해 UCLA 및 UCSB를 축으로 하는 「나노사이언스 연구소」 설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HP는 이 프로젝트에서 민간기업으로 참여, 주정부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스탠리 윌리엄스 박사는 78년 UC 버클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벨연구소에서 2년간 「Ⅲ-V 레이저」 연구를 거쳐, 15년간 UCLA의 화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역임한 후, 95년부터 지금까지 휴렛패커드 QSR의 관리자(director)로 재직중이다. 스탠리 윌리엄스 박사는 테라막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나노테크놀로지 분야의 대상인 2000년도 「파인만 프라이즈(Feynman Prize)」를 수상했다.
<신혜선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