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수출이다>특별기고-ICSCA는 어떤 협의체인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국제표준과장 이은호 (eunho@ats.go.kr)

21세기가 표준전쟁시대로 불리고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표준화 및 이를 이용한 적합성평가제도가 국제교역에서 갖는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 선진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채택시킴으로써 시장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표준은 일반적으로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하여 합의(consensus)절차를 거쳐 제정되기 때문에 시민단체나 규제기관 등 기업과 다른 이해를 가진 집단의 의견이 주도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국제표준 및 적합성평가제도에 대한 공동대응방안을 논의할 포럼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ICSCA(Industry Cooperation on Standards and Conformity Assessment·http://www.icsca.org.au)는 이러한 필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간 비공식 협의체로 지난 9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보잉, GE, 지멘스 등 모든 산업분야가 망라된 선진기업 50여개와 IrDA, ITI, TIA 등 주로 전자 및 정보산업 분야의 10여개 단체가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주로 미국 및 유럽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으로 일본 등 비 서구국가 기업의 참여는 현재 전무한 상태다. ICSCA의 설립명분은 1)표준의 개발절차가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2)세계적으로 통일된 적합성평가의 보급을 통해 무역상기술장벽을 완화하여 교역을 촉진하고자 하며 3)특히 국제규격의 전세계적 활용 및 단일 시험·인증제도의 확산을 지향하고 이를 위한 ISO/IEC 및 정부간 협력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ICSCA는 9개월마다 정례회의를 개최하며 여기에서 표준화 및 적합성평가분야 현

안에 대한 의견을 결집하고 공동대처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이 회의에는 ISO, IEC, ITU 등 주요 국제기구의 간부를 초빙하여 기업의견의 직접적 전달을 도모하고 있다. 회의 후 각 회원사는 소관분야별로 국제기구의 TC/SC 및 국가표준화기구에서 본 협의체의 결의안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기업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ICSCA의 현재 관심사는 제품의 안전인증제도 및 환경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이들의 대표적 성과는 지난해 5월에 OHSMS(산업안전 및 보건 경영시스템)규격을 ISO가 제정하지 못하도록 저지한 것을 들 수 있다. ICSCA의 활동이 구체적 실천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ICSCA의 행동강령내에 각 회원사별로 소속된 직원들을 ISO나 IEC의 전문위원회에 전문가로서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의사를 관철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MPEG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전 등 세계 최고수준에 이른 국내산업들이 국제표준이나 인증제도의 정책에 자사의 견해를 직접적으로 반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ICSCA와 같은 기업간 비공식 협의체의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ICSCA에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일본기업들도 2000년 6월에 미국에서 개최된 6차 회의에는 후지쯔, 마쓰시타, NEC, 소니 등이 옵서버로 참여하였고 이후 회원으로 가입할 계획임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기업들도 올해 2월 말에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예정인 7차 회의부터는 참여

하여 표준화 및 적합성평가분야의 최신 현안들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활동이 계속 이어진다면 21세기의 표준화전쟁시대가 단지 우리가 생존만을 걱정해야 하는 피동적 환경이 아니라 승리를 통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