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 새해가 밝았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인터넷기업에 2000년은 결코 잊지 못할 정도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2001년 역시 2000년 못지않게 어려운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경기한파가 계속되면서 기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 작업은 인터넷기업에 큰 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또 한번의 기회를 동반한다. 기업환경이 어려울수록 정확한 시장진단과 트렌드를 짚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인터넷기업에서 관심을 끌 만한 몇 가지 화두를 모아봤다.
◇비즈니스 모델 통합 =「한가지 모델로는 경쟁력이 없다.」 인터넷 컨설턴트나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공통된 목소리다. 98년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인터넷 벤처 열기는 각양각색의 비즈니스 모델을 토해냈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인터넷 관련 사업모델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통합해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때가 왔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 모델 통합 분위기는 기업 M&A와 맞물려 더욱 힘을 가질 전망이다. 기업규모를 키우기 위한 M&A가 아닌 시너지 차원에서 M&A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경쟁력 있는 모델끼리 혹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모델의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 개막 =국내 기업에 수출이 최대 목표로 떠오르면서 인터넷기업 역시 올해 해외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인터넷기업에 해외진출은 기존 오프라인 기업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무형의 상품이 무기인 인터넷기업에 해외진출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국내에서 쌓은 웹사이트 구축, 마케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 현지화 등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내를 허브 개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기업형 벤처 등장 =인터넷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상반기에 본격 진행되면서 시장에서 우량기업으로 살아남은 인터넷업체는 점차 규모를 키워 나갈 것이다. 이른바 「대기업형 벤처」의 출현이다. 지난해 유행했던 지주회사 개념의 기업이 아닌 자체 기술력과 우수인력을 가진 인터넷 벤처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인터넷업계에서도 바라는 부분이다. 벤치마킹할 수 있는 간판 인터넷기업이 하루빨리 국내에도 출현해야 인터넷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 포털서비스의 강세 =2000년이 종합 포털업체의 춘추전국시대였다면 2001년은 전문 포털업체가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콘텐츠 비중이 높아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은 메일이나 커뮤니티 혹은 한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종합 채널이었다. 하지만 e메일이 일반화되고 인터넷이 생활의 도구로 자리잡은 이상 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바라는 것은 수준 높은 콘텐츠다. 이 때문에 콘텐츠가 무기인 전문 포털서비스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부각 =인터넷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 혹은 기술발전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존 모델을 업데이트하거나 뛰어넘는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가 올해 역시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해 도입기였던 모바일 인터넷이나 P2P서비스가 올해는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인터넷 컨설팅 서비스도 점차 자리를 잡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야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면서 인터넷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