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PC가 세계시장 곳곳에서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PC는 이미 지난 99년에 정부(산업자원부)가 지정한 국내 주요 수출품목에서 금(金)을 제치고 당당히 5위에 진입할 만큼 위상이 높아졌으며 매년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며 국내경기를 이끌어온 핵심제품이다.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 내수용으로 공급하거나 또는 해외에 수출한 PC 총물량은 950여만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PC 10대 가운데 1대는 국산제품이다.
우리나라는 이를 통해 대만에 이은 제2의 PC생산 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으며 베스트바이, 오피스데포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주요 컴퓨터유통점이나 양판점에서도 국산 제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국산 PC는 지난해 세계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초저가 가정용 소매시장부문 1위」와 「가정용 소매시장부문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시장점유율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산 PC의 대외경쟁력은 결코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폭발적인 수출신장에도 불구하고 PC업체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해준다.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해외에서 국산 제품의 판매마진율은 10% 내외. 22% 수준에 이르는 컴팩컴퓨터, 델컴퓨터 등 미국 주요 업체들의 마진율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안된다.
미국과 일본 소매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달성했던 국산 PC는 초저가시장에 국한되고 있다. PC산업에서의 높은 성장이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은 요인은 여기에 있다.
국내 업체들은 또 미국 대형 컴퓨터업체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나 자가브랜드가 아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전체의 60%를 넘어설 만큼 비중이 높다. OEM수출은 박리다매형 수출방식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또 부품 국산화율도 현저히 낮다. 국산 부품은 전체의 30% 수준에 미치지 못하며 대부분 대만, 일본,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PC수출증가는 국내 업체보다 해외 부품업체의 수익성만 늘려주는 꼴」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PC산업은 외형면에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만큼 앞으로 내실화, 곧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PC강국을 실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자가브랜드 수출전략 구사, 해외 고가시장 및 기업용 시장발굴, 해외 현지 마케팅강화, 부품 국산화율 높이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와 관련, 최근 유럽 양판점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자가브랜드 수출을 전개하고 있으며 삼보컴퓨터가 베스트바이 등 대형 컴퓨터 유통업체를 통한 수출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고 회사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자가브랜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경우 경쟁력 확보 및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주력 제품을 기존 500달러 이하에서 1000달러 이상의 고가제품으로 전환하고 가정용 시장에 국한된 수출을 현지 기업용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도 국산PC의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사항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현지업체와의 제휴협력이나 철저한 시장조사 등을 통해 현지마케팅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과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 부품채택률을 크게 높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새해 PC업체들이 실행에 옮겨야 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대 과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