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거대 개인휴대단말기(PDA)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 양상은 똑같다. 동북아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중·일은 PDA분야에서는 분명 세계 유명 PDA업체를 앞서고 있다.
세계 PDA시장은 현재 미국 팜사가 60% 이상의 점유율로 과점하고 있으며 핸드스프링·HP·컴팩컴퓨터 등이 2∼5위권을 형성하면서 이들 업체가 전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중국·일본 시장에선 맥을 못추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외국기업이 한국·중국·일본 시장에 맞는 독특한 애플리케이션과 차별화된 마케팅활동을 벌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황 〓국내 PDA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3만대 규모다. 그 중에서 국내기업인 제이텔이 6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98년 팜사 등 해외 주요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해 시장개척에 적극 나섰으나 독자 운용체계(OS)를 개발하고 차별화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제이텔에 막혀 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제이텔은 오히려 미국 모토로라의 PDA생산업체와 OS에 대한 로열티협상을 벌이는 등 유럽과 미국 시장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뱅크와 엠플러스텍 등 국내 업체들까지 제품양산에 들어가 앞으로 국산 제품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은 세계 주요 PDA업체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곳. 다른 어느 국가보다 성장가능성이 높은데다 일단 시장선점에 성공하기만 하면 향후 성장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 토종제품의 아성은 누구도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시장을 지키는 최고의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그 주역은 바로 하이테크웰스의 PDA인 「상무통」.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300만대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상무통이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시장규모가 큰 일본에서도 해외업체들의 입지가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샤프는 독자 OS를 채택한 PDA인 「자우르스」를 내세워 팜·HP·컴팩 등의 대공세를 방어하고 있다. 이곳에서 샤프제품의 시장점유율은 55%정도. 샤프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10%내외라는 점에 비춰보면 엄청난 수준이다.
◇미국 PDA업체가 밀리는 이유 〓이들 3국만이 갖는 다양한 특성, 즉 언어지원 문제, 독특한 유통구조, 문화차이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다 현지기업들의 기술개발 의지와 적극적인 마케팅 차별화도 한몫하고 있다.
언어지원 문제는 사실상 PDA 사용환경에서 실용성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주요 해외업체들이 현지언어를 탑재한 제품을 내세우고 있으나 자국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토착제품에 비해 언어지원기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실용성 또는 사용편의성 차원에서 토착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대리점을 기반으로 양판점, 전문상가, 총판점 등으로 다원화된 구조를 갖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독특한 유통시장도 사실상 해외업체들의 공세를 한풀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문화차이도 외국 PDA업체들을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이들 3국은 국산 제품을 애용하는 민족성을 갖고 있다. 또 양력과 동시에 음력을 사용하는 문화를 갖는다. PDA의 핵심인 일정관리기능의 경우 이들 국가 토착제품이 음력표시를 할 수 있는 반면, 해외업체들의 제품은 양력으로만 운용된다.
이들 3국 소비자는 달력·메모 등 일정관리기능에 음력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크게 불편해 하고 있다.
◇향후 전망 〓3국의 토착제품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성문 밖 시장을 틈틈이 노리고 있다. 국내 제이텔은 자사 셀빅OS를 라이선스방식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하고 PDA본산인 미국 본토 상륙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일본 샤프도 컬러LCD기반의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내수시장을 탈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팜·HP·컴팩컴퓨터 등은 올해를 기점으로 이들 3국을 대상으로 총공세를 시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현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나 유통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가 하면 가격을 크게 내려 이들 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새해에도 토착 PDA와 해외업체들이 시장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