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업계 이것만은 고치자>2회-찍기

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조사하다 보면 유난히 값을 싸게 부르는 매장이 있다. 이미 여러 매장을 거치며 유통가격을 충분히 조사한 소비자로서는 십중팔구 이 매장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중에라도 특정 매장에서 가격을 특별히 저렴하게 제시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또 다시 그 매장을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매장들 가운데는 소비자가 물어봤던 제품을 구입하려 할 경우, 『그 모델은 기능에 비해서 값이 비싸요. 성능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이 기종을 선택하세요』라며 소비자가 사고자 하는 상품 대신 다른 상품을 권하는 매장이 적지 않다.

값을 물어보는 소비자에게 다른 매장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의 관심을 끈 뒤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하려 하면 「품질상의 하자」나 「단종」 「품절」 등의 이유를 들어 자사가 보유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전자상가에서는 이같은 상행위를 「찍기」라고 부른다.

찍기는 재고도 없으면서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재고가 많거나 이윤이 많은 상품으로 바꾸어 판매한다는 점에서 얄팍한 상혼으로 지적되고 있다.

찍기는 성능과 가격이 비슷하면서도 시장경쟁이 치열한 품목일수록 심하다. 일례로 김치냉장고의 경우 만도공조의 「딤채」를 찾는 소비자에게 LG제품을 권유해 판매하기도 하고 LG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삼성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매장마다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야 있게 마련이지만 비정상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오히려 상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추락시켜 상인들 자신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될 수 있다.

소비자도 자신이 구매하고자 하는 품목에 대한 치밀한 사전조사를 한 뒤 쇼핑에 나선다면 상인들의 얄팍한 찍기에 넘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충동 구매도 막을 수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