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이슈(3)>인터넷 전화시대 활짝

◆인터넷의 저변확대는 통신문화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문화를 바꾸어 놓는다. 또 인터넷 자체 변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킨다. 통신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 인터넷 전화라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사이버대학이다. 솔루션을 임대하는 새로운 방식의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사업도 대두됐다. 사이버거래가 확산되면서 과세여부도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잇다. 지난해 인터넷 보급은 표면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인터넷의 생활화는 아직 시험무대에 서있다. 문화로서 정착될 인터넷은 올해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통신과 교육, 과세와 새로운 사업 ASP는 올해 인터넷을 생활의 중심으로 정착시킬 전망이다. 편집자◆

미국 전화회사인 AT&T는 19세기말 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에 의해 설립된 후 100여년 동안 세계 최대 통신회사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 84년 미 법무부에 의해 지역전화사업을 떼어내는 시련도 무사히 넘겼던 이 회사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전화와 전자우편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반전화, 특히 국제전화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자 세계 최대 통신거인인 AT&T조차 극심한 가격경쟁에 휘말려 수익성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미국 2위 장거리 통신기업인 월드컴과. 대서양 건너 영국 통신업계의 맏형인 브리티시텔레콤(BT)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을 대표하는 두 통신회사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던 장거리 전화사업을 분리하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데 이어 영국 BT도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통신연맹(ITU http://www.itu.int)은 최근 펴낸 백서(TIU:Telecommunications Indicators Update)에서 「그동안 불황을 몰랐던 국제전화 사업에도 빙하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버티고 있다. 인터넷의 보급확대로 지난 10여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전자우편이 전화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면 지난해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 전화는 앞으로 수년 안에 기존 통신회사들의 시장구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양키그룹(yankeegroup.com)에 따르면 다이얼패드(dialpad.com)나 넷2폰(net2phone.com) 같은 인터넷 전화업체들은 매일 3만∼5만명씩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프로브리서치(proberesearch.com)도 지난 99년 인터넷을 통한 음성전화 통화시간이 총 26억분에 달했으며 2005년에는 이보다 150배 이상 늘어난 총 4280억분 분량의 통화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IDC(idc.com)는 인터넷 전화와 관련된 세계 시장규모가 지난해 약 4억8000만달러에서 오는 2004년 190억달러로 40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전화시장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제전화 부문이다.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com)에 따르면 지난 99년 국제통화 시간 중에 인터넷 전화 비율은 약 2%인 17억분에 불과했다. 올해는 인터넷을 통한 국제통화 시간이 전체의 5%에 가까운 60여억분에 달할 전망이다.

초기에는 국제통화가 인터넷 전화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지역내 통화 및 장거리 통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프로브리서치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장거리 전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억분에 그쳤지만 오는 2005년에는 1910억분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지역전화도 지난해 1억분에 불과, 미미했지만 2005년에는 1780억분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터넷 전화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1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다이얼패드 외에도 미디어링(600만명·mediaring.com), 델타스리(450만명·deltathree.com), 폰프리(450만명), 넷2폰(400만명) 등 인터넷 전화회사들은 회원확대와 수익사업 개발 등을 통해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인터넷 전화가 확산될수록 기존 통신업체들은 앞으로 음성전화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전화서비스 업체들간에 요금인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이를 견디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은 하나둘씩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떠나가는 고객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전화회사들이 인터넷, 무선 웹 접속 및 원격회의, 음성메일 등을 하나로 묶는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음성전화를 공짜로 끼워주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 전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통신환경에서 최고의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인터넷 통신장비 업체들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통신장비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특히 광통신 장비 및 관련부품 업체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인터넷 전화 특수를 만끽할 전망이다.

일반 소비자들도 통신장비 업체들 못지 않은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년 퇴직한 할머니가 안방에서 인터넷 전화로 외국에 유학간 손자·손녀들을 불러내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더욱이 이 모든 서비스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저렴한 비용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꿈의 인터넷 전화시대가 벌써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벼운 흥분마저 느껴진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