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쌍용정보통신의 해외 매각 결정은 이 회사가 국내 빅5권 시스템통합(SI) 업체라는 점에서 전체 정보기술(IT)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하는 주체가 외국계 캐피털이지만 결국에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대형 IT업체중 한군데가 실질적인 후원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SI업종 특성상 사업추진을 위한 회사 합병 및 인수(M&A)가 아닌 단순 투자 개념의 회사 지분 인수는 별다른 이익이 없다는 점이 새로운 후원자의 등장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실제로 쌍용정보통신의 매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SI업계와 증권가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 대상자로 외국계 컴퓨터회사인 I사와 통신장비업체인 C사 등이 거론됐다.
이러한 추측은 이들 외국 IT업체들이 그동안 국내 SI사업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온데다 다국적 기업인 만큼 쌍용그룹으로서도 내부 계열사의 시스템관리(SM) 부문을 넘겨주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더욱이 쌍용정보통신 내부적으로도 이번 해외 매각이 향후 SI사업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며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그동안 그룹사의 부실 이미지 때문에 실제 영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신인도 문제로 간접적인 피해를 입어왔다』며 『이번 해외 매각을 계기로 보다 공격적인 SI영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쌍용 내부에서는 외국업체가 수천억원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대외신인도가 제고돼 선진 IT솔루션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해외기업과의 각종 제휴는 물론 해외프로젝트 수주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영업에서는 오히려 위축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공공분야의 경우 국내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그간 쌍용의 주시장인 국방부문이나 공공 GIS시장에서 영업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 이번 쌍용정보통신 해외 매각은 현재 대그룹 계열 몇몇 회사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SI시장에 해외 유력 IT업체를 후원자로 하는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국내 SI업계에는 중·대형 업체간 M&A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는 점에서 이번 쌍용정보통신의 매각을 계기로 전체 SI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SI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IT 인력난 현상을 감안하면 국내 SI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인력과 정보시스템 구축 노하우는 외국 업체들이 충분히 탐낼만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현대정보기술은 외자 유치 차원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지난 연말에는 국내 대형 SI업체인 S사가 중견 SI업체인 D사를 인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협상까지 벌였다는 후문이다.
또한 국내 SI업계의 또다른 관심사인 LGEDS에 대한 LG그룹과 EDS간의 지분 협상도 최근 급류를 타고 있다. 양사는 최근 LG그룹이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대원칙에 합의하고 지분율 변화에 따른 세부 사항들을 조정중에 있으며 현재 회사 CI 변경 작업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국내 빅5권 SI업체 중 3군데가 각기 다른 형태로 인수 및 합병의 사정권에 들어옴으로써 그 결과에 따라 국내 SI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쌍용정보통신의 이번 매각 결과는 국내 SI업계간 또는 해외를 상대로한 인수 및 합병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쌍용정보통신은 지난해 수주한 1000억원 규모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KCTC) 구축 등 국방부문 SI 사업과 IMT2000 관련 네트워크 구축 등 신규 시장에서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20% 가량 성장한 6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