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 현주소>3회-모니터

국산 모니터의 경쟁력은 다른 어느 제품보다 높다. 그러나 21세기를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의 시장전망이 쉽지 않다.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모니터 시장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주력제품의 무게중심이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로 급속히 옮겨지고 있다. 이제는 기존 전략만으론 더이상 경쟁력우위를 지킬 수 없게 됐다.

국내 주요 모니터업체들이 새로운 전략구상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컴퓨터관련 제품들의 국제경쟁력이 미약한 것과 달리 모니터가 광저장장치와 함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격 또는 품질면에서도 세계적인 우위성을 확보한 국산 모니터는 일본, 대만과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면에서 대만에 다소 뒤지고 있으나 대만에 비해 수익성이 큰 자가브랜드 수출과 고부가가치 수출 비중이 높다. 기술이 앞서 있다는 일본과는 기술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으며 동시에 대규모 수출에서 비롯된 규모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일본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오히려 높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3%를 차지하면서 세계 1위 업체로서의 아성을 굳히고 있으며 LG전자도 3위에 랭크돼 있다.

아울러 현대이미지퀘스트, IMRI, 한솔전자 등 중견 후발업체들도 유럽시장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산 모니터는 외형 못지 않게 내실면에서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주요 모니터업체들은 모니터 3강국이자 경쟁상대인 대만(중국포함)에 대거 수출을 전개하는가 하면 자가브랜드로 일본 상륙을 본격화하고 있다. 모니터는 이에 따라 반도체의 뒤를 이어 국내 경기를 이끌어갈 차세대 수출효자 품목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첨단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일부 기술분야만 따라잡는다면 모니터는 그 어떤 국가도 따라올 수 없는 수출핵심 품목으로 자리잡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세계 모니터시장이 변화의 급류를 타고 있다. 앞으로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기존 대외경쟁력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CRT모니터 중심으로 형성돼온 세계 모니터시장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모니터와 평면모니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각광받은 LCD모니터와 평면모니터분야에서 일본이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제품의 위상이 CRT분야에서와는 양상이 크게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가 새천년 모니터사업 목표를 TFT LCD, 평면모니터 등 고부가가치 차세대 제품육성에 두고 이 분야 기술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향후 기술개발성과에 따라 일본 업체와의 국제경쟁력 우위가 판명되고 곧 세계시장 주도권을 누가 쥘지 판가름 나게 된다.

아울러 기존 CRT모니터도 대형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17인치에 이어 19인치 이상 대형으로 주력이 바뀌고 있다.

특히 기존 정보가전에서 출발한 각종 디스플레이와 결합되거나 대체되면서 시장은 기존 판도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업체들이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곧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시장도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과거에 고성장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모니터사업이 점차 성장률 둔화와 노동력중심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일본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격차 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새해 기술개발을 통한 차세대 제품에 주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