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 무역수지 적자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는 해마다 거론되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일본과의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적자 폭이 해마다 조금씩이라도 줄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는 데 있다. 줄어들기는커녕 지난 99년 이후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어렵게 다른 지역에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가 이를 메우는데 쓰임으로써 전체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8년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46억달러였으나 99년에는 83억달러로 늘었고, 2000년에는 114억달러에 달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전자·전기제품의 무역수지 적자는 99년 35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월까지 36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정밀기계류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의 2∼3배 가량 높아 지난 99년 46억7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월까지 67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대일 무역수지 적자액의 6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98년 53억달러였던 소재부품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82억달러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한다.

이 같은 무역수지 적자 폭은 한마디로 우리 제품을 일본에 수출한 것보다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소재와 부품·정밀기계 등 자본재를 일본에서 대량 들여온 것이 무역수지 적자 폭의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또한 20여년간 시행해온 수입선다변화 규제를 지난 98년 말과 지난해 6월에 차례로 해제한 후 캠코더와 VCR 등 그동안 금지됐던 제품의 수입이 지난해 11월까지 전년에 비해 89%나 늘어났다.

IMF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지난 99년 230억달러, 지난해에는 120억달러(추산)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100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우리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 폭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질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장 수입 규모가 큰 부품과 소재산업·기계산업을 적극 육성해 자급도를 높이고 기술개발 능력이 있는 업체에 정부가 개발비를 확대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또 국내 업체가 개발한 부품이나 소재는 국내 업체들이 최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정책적인 지도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부품소재와 기계산업의 경우 단시일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도 기술개발과 품질 개선에 앞장서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이른 시일 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중국 등 무역 흑자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