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동장군도 안방서 녹는다

「푸른바다 저멀리 새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난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이 생소한 사람은 있어도 「미래소년 코난」과 이 주제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과학의 남용으로 파멸한 미래의 지구.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하는 주인공 소년 코난이 지구를 구원할 태양 에너지의 비밀을 간직한 소녀 라나를 악당으로부터 구하는 모험담을 그린다.

어릴 적 동네 골목을 누비던 개구쟁이들을 같은 시간에 TV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들였던 추억의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

정서가 메마른 20대에게는 잔잔한 향수를, N세대들에게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풋풋한 재미를 선사할 바로 그 「코난」이 케이블TV에서 부활한다.

JEI스스로방송은 최근 국내 개봉된 대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바람을 타고 1월 개편에서 그의 작품을 선택했다.

애니메이션의 영원한 고전 「은하철도 999」는 말이 필요없는 명작. 투니버스가 방영하는 「은하철도 999-스페셜 시리즈」는 에피소드마다 완결되는 스토리 구조를 지녀 더욱 매력적이다. 주인공 철이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난 신비로운 금발머리 여인 메텔. 그녀가 비밀의 베일을 벗는 순간을 주목해 볼 만하다.

추운 날씨 탓일까. 케이블TV들이 최근 단행한 신년 반짝 개편에는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마음이 저절로 훈훈해지는 프로그램들이 유난히 많다.

『누군가에게 프로포즈를 하기에 가장 좋은 요리는 무엇일까.』 『딱 맞는 요리를 제가 준비해 왔죠. 바로 웨딩드레스처럼 새하얀 크림소스가 부드럽게 면발을 감싸는 「브로콜리 크림소스 스파게티」입니다.』 누구보다도 새봄을 기다리는 예비신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채널F의 신설 프로그램 「스피드 환상요리」의 한 장면이다.

재미있고 스피디한 진행으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신개념 인스턴트 요리를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탤런트 조은숙이 쿠킹 호스트로 기용됐다. 시트콤 「골뱅이」의 푼수같은 조 조교에 이어 최근 「세친구」에서 박상면의 마음 착한 연인으로 등장하는 그녀는 음식 맛이나 조리법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로 유명한 미식가. 기존의 요리프로가 스튜디오 촬영에만 의존하던 데서 탈피, 인터넷 사이트·편의점·슈퍼마켓 등을 두루 섭렵하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영국 냄새를 물씬 풍기는 컬트 코미디는 어떨까. 코미디TV의 야심작 「사이코 빌리지」는 코미디계의 엑스파일로 불리는 BBC 시트콤이다.

50년대 영국식 코미디의 부활을 꿈꾸는 세 명이 모여 직접 극본을 쓰고 수시로 배역을 바꿔가며 마니아층을 끌어들인다. 주인공 벤저민과 마틴이 외딴 마을에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담백하게 엮어나간다. 영국에서는 이 극의 배경인 가상마을 「레이스톤 베이지」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 정도로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그램.

m·net의 신설 프로그램 「굿모닝 m·net」으로 아침을 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빠르게 유행을 타는 만큼 인기도 빨리 시드는 요즘 노래들의 홍수 속에서 몇 년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때 그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시도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