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은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21세기 뉴 코리아의 역군으로 온갖 칭송에 돈 세례를 받았는가 하면 벤처 거품론과 함께 정현준·진승현 게이트가 터지면서 하루 아침에 산업계의 눈총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역시 벤처밖에 없다』는 대세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1세기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세력은 미우나 고우나 벤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벤처기업인 사이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기업의 CEO인 이병철 사장이 쓴 「끼없는 자 벤처에 손대지 말라」는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1월 정보통신 분야의 벤처기업인 데이콤콜투게더를 설립,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이 사장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은 「벤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다소 황당할지는 모르지만 이 사장은 끼에서 찾는다. 『끼란 색깔 있는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능력의 하나이며 타고난 끼를 발산한다는 점에서 볼 때 연예인, 스포츠맨 그리고 벤처기업가는 닮은 꼴』이라며 『남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으면서도 소신과 신념을 갖고 과감히 추진함으로써 타고난 끼를 맘껏 발산할 수 없는, 끼없는 자는 벤처에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벤처기업가는 끼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장은 『벤처기업이란 끼라고 하는 것을 타고난 사람이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된 디지털 리더로 성장하여 자신의 직관에 따라 설정된 사업 비전을 갖고 이를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미래 지향적인 산업군』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사장 특유의 끼에다가 디지털 마인드, 리더로서의 책임감,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추진력을 갖고 있어야 벤처기업의 CEO가 될 수 있으며 여기서 한가지라도 빠지면 자격 미달이며 당장 보따리를 싸야한다는 주장처럼 들린다.
이 사장은 자전적인 에세이 형태로 글을 풀어 나가면서도 단순히 경험담을 늘어 놓지 않는다. 스스로 「벤처의 의미와 디지털 마인드 제고를 위한 지침서」라는 부제를 달아 놓은데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적인 기술과 사고로 무장을 할 때 지식 경영이 달성될 수 있다』는 지식 경영론을 비롯해 디지털 마인드, 지식 경영에 적합한 회의 문화, 벤처기업 CEO의 직관론, 관계 마케팅 등에 대한 명쾌한 해석과 실증 사례 등도 돋보인다.
시테크의 창시자인 윤은기 정보전략연구소 소장은 추천의 글에서 『현대 사회를 IT가 지배한다고 하지만 이제 이말은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결합된 말로 받아들여야 성공할 수 있으며 저자인 이병철 사장은 학문적 지식 못지 않게 창의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이 넘쳐 난다』며 『벤처경영과 지식경영의 실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은 「끼없는 자, 벤처에 손대지 말라」는 경제 한파를 헤치고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경영자나 예비 경영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라며 일독을 권하고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됐으며 1장에서 저자는 벤처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지금까지 국내 벤처산업이 성장해온 과정과 발전 모습을 조망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지식 경영의 의미를 재조명하면서 지식 집약 산업으로서 벤처 산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올바른 기업 문화 형성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는다. 4장에서는 벤처사업가가 지녀야 할 자질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피력한다.
저자인 이병철 사장(38)은 삼성물산 신상품 개발팀과 데이콤인터내셔널 CRM 영업팀 등을 거쳐 2000년 1월부터 데이콤콜투게더 대표 이사를 맡고 있다.
이병철 저, 도서출판 무한 刊, 255쪽, 8900원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