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이강민 배틀탑 사장

지난해 10월 중순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게임코리아」의 깃발이 휘날렸다. 게임올림픽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개최된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에는 세계 17개국 168명의 선수들이 배틀넷에서 각국의 명예를 걸고 투혼을 불살랐다. 우리나라가 금메달 3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 대회는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올림픽」으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의 공식 파트너로서 대회 운영을 진두지휘한 배틀탑 이강민 사장(38)은 『영국 BBC를 비롯해 전세계 20여개 언론사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행사 9일간 1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회고했다.

행사 주관사인 ICM(대표 오유섭)과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이 대회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게임업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는 바로 이강민 사장의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이 행사의 핵심인 프로게임리그를 하나의 사업으로 일구어낸 이가 바로 이 사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PC방 초기 형태인 인터넷 카페 체인점 사업을 하면서 온라인게임의 열기를 실감했습니다. 컴퓨터게임도 프로축구나 농구처럼 정식 리그를 벌이는 스포츠로 발전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프라는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전 결과를 집계하고 관리해주는 솔루션이 없었습니다.』

이 사장은 98년 6월 스스로 매직네트정보통신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인터넷게임 랭킹서버 개발을 시작했다. 1년여의 고생 끝에 99년 4월 이 사장은 실시간으로 대전 순위를 매겨주는 랭킹서버 개발을 완료했으며 다음해인 2000년 1월 국내 최초의 컴퓨터게임리그인 「한국인터넷게임리그(KIGL)」를 출범시켰다. 이후 KIGL은 12월 중순까지 20여개 구단 100여명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를 치르며 국내 최대의 게임리그로 발전했다.

또한 배틀탑이 주관하는 KIGL의 성공에 힘입어 PKO·KGL·게임레이스 등 게임리그가 창설돼 국내에 프로게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도 따지고 보면 이 사장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식 게임리그가 세계화한 것이다.

『지난해는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로 프로리그인 KIGL을 발족해 e스포츠의 하나로 정착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KIGL 전용구장에는 대회가 열리는 주말마다 700∼1000명에 이르는 갤러리들이 운집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사장은 인터넷 방송사는 물론 MBC·SBS·경인방송과 같은 지상파들이 게임경기를 앞다투어 중계하는 것은 프로게임리그가 인기있는 e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코리아 실현을 꿈꾸는 이 사장에게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가 프로게임리그의 원년으로 외형적인 틀을 마련했다면 올해는 내실을 기하고 한단계 발전된 플랜을 마련해 실행해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이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올 연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게임올림픽.

『지난해 프레올림픽으로 「월드 사이버게임 챌린지」를 열었다면 올해에는 게임올림픽을 개최합니다. 서울에서 가을 이후 열리는 이 대회에는 전세계 25개국의 대표 선수 400여명이 참가해 명실상부한 게임올림픽으로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이 사장은 이달 말 게임올림픽의 종목과 행사일정 등에 관한 밑그림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름방학부터 전세계 25개국에서 게임올림픽의 국가별 선발전이 열리면 한국이 세계 게임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게임코리아의 서막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사장은 올해 KIGL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 게임리그가 수익성이 있을 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임을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리그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국산 게임업체와 소비자들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게임 인큐베이팅이나 토너먼트·프로리그 등을 이용한 게임 론칭 등을 예로 들었다.

장기적으로 이 사장은 세계 게임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세계 게임시장은 이미 미국·일본·유럽 등지의 메이저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나 타이틀 등 어느 분야나 국내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하려면 엄청난 초기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더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려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게임리그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습니다. 배틀탑 아니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게임리그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다면 소니·마이크로소프트·EA·아바스 등 모든 분야의 게임 메이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비즈니스를 벌일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의 생각대로라면 게임리그야말로 한국이 게임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첩경이며 배틀탑과 이 사장은 저만큼 앞서 달려가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약력>

1963. 4 경기도 이천 출생

1986. 2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89. 8 현대종합상사 입사

1993. 12 텔레뱅크 설립(부가통신 및 SI 사업 전개)

1995. 11 한국통신 하이텔에 온라인 정보 제공

1998. 8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 부회장 역임

1999. 4 배틀탑 게임랭킹 서버 개발

1999. 12 배틀탑으로 상호변경

2000. 2 KIGL 출범

2000. 2 배틀탑 USA BOD 취임

2000. 6 WCGC 추진을 위해 삼성전자와 전략적 제휴

2000. 5 21세기 프로게임협회 부회장

2000. 10 WCGC 성공적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