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독문과 3학년 이철기씨(25)는 최근 집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좌석버스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해 학교를 통학하기 시작했다.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경제한파가 대학생들의 생활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4학년 배윤하씨(23)는 『요즘 과외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또 과외비도 많이 낮아졌다』며 『얼마 전까지 주 2회 30만원이 기준이었던 과외비가 갑자기 20만원 정도로 하락했다』고 소개했다.
중고생을 둔 학부모들이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비싼 대학생 과외보다 저렴한 학원 지도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배씨는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고 편한 과외 아르바이트만을 고집하던 대학생들도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처럼 보수가 낮은 단순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데 나 혼자 몰라라 할 수가 없어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라는 중앙대 토목건축과 2학년 이태훈씨(22)는 『과외를 하면 좋지만 요즘에는 워낙 구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또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학교 구내식당을 찾는 학생들이 최근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는 교통비는 물론 밥값마저 아끼겠다는 대학생들의 공통된 용돈 아껴쓰기 전략이다.
보통 교내에서 한끼를 해결하려면 기껏해야 2000원 가량이지만 학교 밖으로 나서면 최소한 5000원 가량 소요된다.
고려대 컴퓨터학과 4학년 김아람씨(22)는 『용돈이 줄어서 아껴써야 하니까 학교 식당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전했다.
특히 여학생들의 용돈 절약 제1원칙은 미용실 멀리하기다.
고액과외 등으로 주머니가 넉넉한 경우 한달에 한번씩 찾던 미용실이 어느새 경계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이다.
미용실 한번 가는 데 적게는 만원부터 코팅·염색·퍼머 등을 추가할 경우 오만원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한파속에서 미용실을 찾는 일이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여대 국문과 3학년 정은숙씨(22)는 『머리 다듬을 때가 훌쩍 지났는데 아직 못가고 있다. 이번달까지 버틸 생각』이라고 각오(?)를 분명히 밝혔다.
또 주머니가 얇아지자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계모임까지 조직되고 있다.
여러 명이 돈을 모아 매달 회원 한명이 사고 싶은 옷이나 그밖의 용품들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모임은 패션에 민감한 여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 대학생들은 경제한파속에서 작은 일부터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몰지각한 부유층 자제들은 학교에 비싼 외제차를 타고 오고 지나친 유흥을 즐겨 절약하는 대학생들의 눈총을 사기도 한다.
아직 제대로 된 경제권을 갖고 있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이번 경제한파가 생활을 위축시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정신으로 근검절약하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건실한 여러 대학생들에게 이번 경기침체는 뜻깊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예기자=박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