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대학 강의 폐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보여온 한국방송통신대학(총장 이찬교)과 EBS(대표 박흥수)가 최근 오는 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계속 방영키로 잠정 합의함에 따라 양측의 갈등 봉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대학 매체개발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2월말까지 라디오 방송대학 강의를 계속 유지하고 송출료는 방송대학이 계속 부담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 양측이 서로 유감을 표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EBS측에 보냈다』면서 『EBS측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측의 갈등이 사실상 봉합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방송계는 양측이 공식 합의문을 교환하는 등 최종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신교과 과정이 시작되는 3월 이전까지를 방영 시한으로 못박고 있는 데 대해 사태의 종결보다는 또다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더구나 EBS측이 지난 한 달간 협상 창구 역할을 수행해온 김 소장 대신 이찬교 총장과 담판을 짓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사태해결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방송대학측이 드러낸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협상 창구의 난립을 들 수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처·매체연구소장·비상대책위원회·교수회의 등이 나서 EBS와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말미암아 사태의 조기 봉합에 실패했다는 것. 또 지난달 초 강승구 매체개발연구소 소장을 전격 해임하고 김 소장을 임명한 것도 패착으로 꼽히고 있다.
이 대학의 한 관계자는 『EBS 박 사장과 대학 사제지간인 강 소장을 이선으로 물러나도록 한 것은 아무리 보아도 모양새가 어색했다』며 씁쓸해 했다.
방송계는 양측이 서로의 앙금을 털어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특단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