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무역법이 급변하는 e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오는 4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수출상품 인정과 사이버무역 지원기관인 전자무역중개기관 설립을 핵심 개정내용으로, 현재 세부 시행령 및 관리규정 마련에 한창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산업역군으로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도 정작 수출지원은 받을 수 없었던 SW업계도 올해부터는 해외판로 개척에 든든한 원군을 얻게 됐다. 정보기술(IT)산업의 수출에 청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IT기술의 속성상 종전과 전혀 다른 무역환경이 출현하는 상황에서 개정법이 구체적인 해결책을 어떻게 제시할지는 여전히 숙제다.
◇핵심 개정내용 = 전자무역과 관련된 개정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수출상품 인정, 나머지는 오프라인기업들의 사이버무역 지원을 위한 전자무역중개기관의 설립이다.
우선 전자의 개정내용은 SW산업도 진정한 수출산업으로 처음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굴뚝」 위주의 무역정책이 한층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온라인 SW 및 일부서비스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게 돼 각종 금융·세제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무역중개기관은 국내를 대표하는 사이버무역채널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사이버수출 활성화의 난제로 지적돼 왔던 국내 거래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보장해주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산자부 무역정책과 관계자는 『전자무역중개기관은 민간 사이버무역서비스와 달리 「공신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지원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쟁점과 과제 = 개정안이 전자무역 활성화의 단초는 제공했지만, 실제 실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수출상품으로 인정할 디지털콘텐츠의 범위다. 통상정보학회 이호건 교수는 『CD 등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SW가 일단 주요대상이지만 서비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면서 『시행령에는 포괄적인 개념규정을 한 뒤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서 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두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IT시스템을 수출할 경우 구축을 위한 컨설팅·용역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단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SW 및 온라인서비스 업계에도 자사 제품에 대한 수출인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수출대상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더라도 단순 중개무역은 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만큼, 수출실적 집계시 이를 보다 철저히 가려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무역중개관의 경우 지정요건이 당장 뜨거운 감자다. 지정요건을 엄격히 할 경우 「준비」된 곳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상당수 소외된 기관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 업계에서는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종합상사·무역단체 등이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무역알선사이트를 운영중인 모회사 관계자는 『현재 사이버무역업계는 전자무역중개기관 지정여부를 향후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지정요건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이버무역시장이 공신력을 내세운 전자무역중개기관 위주로 전면 재편될 공산이 크다는 고백이다. 비단 사이버 무역알선사이트뿐만이 아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e마켓플레이스도 글로벌 진출전략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중개기관에 적극 합류할 태세다. 이밖에 지방경제 활성화를 기치로 내건 지자체나 기존 무역관련 단체, 종합상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무역관련 법제 및 유관업무와의 조화도 남아있는 숙제다. 우선 무역업무자동화촉진법상의 통관 전자문서교환(EDI)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은 전자무역중개기관의 역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개기관이 전자문서의 단순 전달이 아닌, 중개서비스까지 제공할 경우 KTNET의 존립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외국환거래법·무역금융취급세칙·부가가치세법·벤처기업육성법 등 관련 지원법령도 공동 보조가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대외무역법은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무역은 국가간 거래를 전제로 하는 만큼 특히 조세·관세 문제와 관련해 각국의 입법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