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 현주소>4회-프린터

프린터 시장은 99년 180만대에 이어 작년에도 250만대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국내 PC시장이 330만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PC를 구입한 사람 4명 가운데 3명 정도가 프린터를 함께 구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프린터시장은 PC시장 성장에 힘입어 3배 정도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지만 국내 프린터산업의 경쟁력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내수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HP, 엡슨 등 세계 유명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컴퓨터산업의 국제경쟁력 비교분석 자료에 따르면 수출과 수입 및 핵심 기술 보유여부에 의해 국제 경쟁력을 판단하는 무역 특화지수가 잉크젯프린터의 경우 -0.27이다. 통상 무역특화지수가 0.5 이상이면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잉크젯프린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만큼 국제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수출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95년 6500만달러 수준이었던 프린터 수출액은 96년 1억5600만달러로 2배 이상 늘었으며 99년에는 2억달러를 돌파하고 지난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3억7600만달러에 달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동안 수입액은 96년 3억6000만달러로 최고조를 이루다가 차차 감소해 99년에는 2억6700만달러, 작년 11월까지는 2억9600만달러로 낮아졌다. 99년까지는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많아 무역수지 악화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8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수출 형태에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처럼 핵심 프린터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출이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임가공 형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레이저프린터의 경우는 원가 비중이 높은 프린터엔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프린터의 생명인 출력 품질을 좌우하는 기술도 세계 수준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잉크젯프린터의 경우 HP는 용지의 상태를 인식해 잉크분사 정도를 그에 맞도록 조절하는 용지종류 자동감지 광학센서 기술을 상용화했고 엡슨은 100년 이상 색이 변하지 않는다고 평가된 컬러패스트 잉크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해상도는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하나의 점(도트)을 구성하는 잉크 방울 수가 30개에 육박하는 외산 제품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 그래서 프린터의 출력 품질은 외산 제품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고가형 제품으로 갈수록 기술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국산 라지포맷프린터가 출시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 저가형 제품의 경우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모든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저가형 모델부터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새해 우리업계가 추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