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에어코드 디지털TV연구소장
<약력>
91년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
91∼96년 대영전자공업 기술연구소
97∼99년 삼일데이터시스템 연구소 소장
2000년∼현재 에어코드부설 DTV연구소 소장
영상산업은 유성영화, 흑백 텔레비전, 컬러 텔레비전 시대를 지나 디지털기술의 발달과 함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갑자기 방송분야에 접목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제작 및 저장분야에서는 꾸준하게 디지털기술이 접목되어 비선형 편집기 등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동영상에 대한 디지털화 기술이 표준화되면서 프로그램 전송시스템에까지 디지털기술이 접목됨으로써 드디어 방송의 디지털화가 완성됐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제한적인 전파자원 때문에 독점적으로 소유되고, 사용돼왔던 방송이 다채널·고화질·고음질이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
방송(broadcasting)은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위한 일방적인 단방향 서비스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one(방송채널)-to-many(시청자)」 방식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방송시대에는 개인이 다양한 미디어 중에서 원하는 미디어, 원하는 채널,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many(방송채널)-to-one(시청자)」라는 역 공식이 성립되는 상황이다.
정보를 찾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이란 정보의 바다에서 여기저기 헤메거나 검색엔진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가듯이 앞으로 시청자는 텔레비전을 켜고 어떤 프로그램을 봐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EPG서비스 또는 에이전트라는 별도의 도우미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서 원하는 채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방송시대의 또 다른 획기적인 변화는 데이터방송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데이터방송이란 최근 너무도 많이 등장하는 용어라 이제는 일반화된 용어지만 불과 2∼3년 전만해도 데이터방송을 설명하면 그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제1세대 흑백 텔레비전(흑백 비디오+오디오+제한적인 데이터), 제2세대 컬러 텔레비전(컬러 비디오+오디오+제한적인 데이터), 제3세대 디지털 텔레비전(디지털 비디오+디지털오디오+데이터)을 거쳐 제4세대인 대화형 텔레비전으로 발전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의 성격 또한 단순한 문자기반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방송은 단순한 비디오와 오디어의 디지털화 및 디지털 전송이 아닌, 멀티미디어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방송은 방송, 통신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졌으며 결국 방송망과 통신망의 완전한 연동을 통해 대화형 방송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TV는 단순한 디지털방송을 수신하는 수신기가 아닌 시청자와 대화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TV다.
데이터방송은 텔레비전을 바보상자에서 똑똑한 TV(스마트 TV, intelligent TV)로, 가정내 핵심 정보가전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단순히 주는 정보만을 보는 수동적인 시청패턴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시청패턴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또 텔레비전을 통한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도 가능하게 할 디지털방송의 핵심 킬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즉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데이터방송을 통해서 실현 가능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국내외 데이터방송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바로 데이터방송을 위한 「end-to-end」 솔루션이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광고를 통한 간접적인 수익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왔으며 방송장비와 수신기는 별개의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시대의 다채널시대에는 가입자기반으로 시장을 확보해야 하며 수익원은 광고주가 아닌 시청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그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수신기(STB 또는 디지털TV)가 필요하다.
국내 잠정 표준안이 정해지면 2001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 및 서비스가 하나가 될 수 있는 「end-to-end」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본격적인 시험방송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디지털방송 시청자 확보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실현가능한 대화형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드라마=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가을동화」를 예로 들어 보자. 이 드라마는 그 배경이 너무 아름다워 많은 시청자들이 그 촬영장소에 대해 궁금해 했으며 배경음악의 곡명, 작곡가, 연주가 등에 대해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바보상자는 그 궁금증을 채워줄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데이터방송이 지원되는 대화형 TV였다면 어떠했을까.
시청자들은 편안한 소파에 앉아 촬영장소, 그곳에 가는 방법, 근처에 유명한 관광명소 등을 알 수 있고 교통편 예약 및 숙박 예약까지 가능했을 것이다. 배경음악이 너무도 감동적이서 궁금해하던 것들도 리모콘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알 수 있으며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한일 축구경기를 보면서=한일전은 친선경기라도 전국민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큰 이벤트이다. 한일 축구경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볼 수는 없을까. 데이터방송용 대화형 TV라면 가능하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양팀선수의 경력 및 바이오리듬을 알 수 있으며 감독의 성향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또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우승팀 맞추기 이벤트에 참여하여 푸짐한 경품을 기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메일로 격려의 팬레터도 보낼 수 있다.
◇인터랙티브 광고=자동차 광고를 보면서 좋아하는 색상의 차에 투표를 하게 하고 투표에 참가한 시청자에게 자동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서를 우편으로 보내거나 전자우편으로 보내준다면 어떨까. 이런 서비스가 과연 가능할까.
데이터방송 서비스는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시청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유리한 서비스일 것이다.
◇뮤직쇼=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직접 투표할 수 있다. 열렬한 팬이라면 가수의 공연스케줄을 보고 바로 예매까지도 가능하다.
위의 몇 가지 데이터방송 서비스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방송은 그동안의 방송이 제공할 수 없었던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청자는 다양한 욕구를 편안한 소파에서 간단한 리모콘 조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방송사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다채널·다매체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데이터방송은 등 21세기 핵심산업인 방송산업, 정보가전산업, 소프트웨어산업, 컨텐츠산업 등 지식정보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방송은 위의 산업군이 조화롭게 협력하고 발전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국가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산업의 중심에 데이터방송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국내 데이터방송 잠정표준안은 잠정적으로 「ATSC-DASE방식」으로 정해졌다. 국가적으로 2002년 월드컵이 개최되는 것으로 고려할 때 이제는 데이터방송 시스템 개발 차원에서 진일보한 구체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2년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일본의 경우 2000년 12월 1일부터 NHK BS 위성을 통해 데이터방송서비스를 개시한다.
우리도 이제는 실질적으로 데이터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end-to-end」 솔루션의 완성에 전력을 다해야 하며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법에 대한 보완과 수정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밖에 차세대 디지털방송의 핵심기술로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는 MPEG4, MEPG7 및 MPEG21 등의 핵심기술 및 응용서비스 개발에 전력을 다해 세계 디지털방송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