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 충분한 나이와 경험이 과거의 공포에 맞설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앨런 치넨 저 「어른스러움의 진실」 중

『… 중년 이후의 개인에게 부과되는 중요한 과제를 정리해 두기로 하자.

처음 도전은 쇠퇴라는 공포, 즉 인생 후반에 있어서 거듭돼 나타나는 상실의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건강, 친구, 재산, 권력의 상실을 인생 후반에 경험한다. 고통스럽기는 해도 이 상실로 말미암아 새로운 발달과정으로의 길이 열린다. 그것은 오랜 습관을 깨뜨리고 예상 밖의 발달을 낳는 여지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스스로 무의식으로 파고들어가 젊을 때는 견디기 힘들었던 심리적인 문제와 마주해야만 한다. 충분한 나이와 경험이 과거의 공포에 맞설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성숙한 자의 도전이란 바로 그런 자산을 이용해서 커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쓰라린 좌절감을 맛본 인생은 비로소 위기에서 탈출하게 된다.

새로운 경험의 문이 열리느냐 마느냐는 결국 인간성의 어두운 면, 즉 자기 내면의 그림자와 대결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 자기 대결과 자기 개혁은 제2의 과제이며 여기서 실패하면 정신의 빈곤함과 발육부진 상태에 빠진 영혼이 기다리게 된다. 자기 대결에 의해 악을 이해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세속적인 지혜가 생긴다. 즉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심리적 통찰에서 비롯된 설득력 있는 환상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메모:새해 벽두부터 젊은이의 투지를 말하지 않고 중년의 과제를 말해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바람 때문이다. 젊은이의 투지도 필요하지만 중년의 노련미와 차분함과 경험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노련함은 젊은 날의 쓰라림을 극복할 때 온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더 많은 쓰라림이 필요한가? 지난 해의 쓰라린 경험이 우리 사회를 지혜로운 성인의 모습으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고은미기획조사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