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이슈(5)>전자정부법

올해 정보기술(IT)업계와 정책당국의 IT관련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전자정부법의 통과 여부다.

현재 행자부와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재정경제부·조달청 등의 부처에서 전자정부에 관한 법령을 갖고는 있으나 이와 관련된 하위법령 역시 각 부처에 산재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자정부구현을 막고 있다. 전자정부법은 바로 이러한 점을 해결하고 산업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는 물론 기업 관계자들까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행자부는 현재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로서 「행정기관간 전자문서 유통지침」을 마련, 각종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와 공문서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자문서 유통지침은 물론 「사무관리규정」을 상위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문서작업과 보안이 필요한 문서 등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반쪽짜리」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통부도 초기부터 정보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정보화촉진기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앞세워 전자정부를 주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두 법안은 각 행정부처의 장으로 하여금 부내 업무정보화에 일정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다. 「전자서명법」 역시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을 제외한 법률이라는 점에서 「절름발이」 법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자부도 「전자거래기본법」을 갖고는 있으나 금융·무역·보안 등 관련 주무부처와의 협의와 법제 정비작업 없이 가동하고 있어 지극히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법안을 뒷받침할 전자정부법의 법제화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앞으로 기업간, 정부간 혹은 국가간 총체적인 경쟁체제로 들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법령의 미비로 인해 우왕좌왕하다가는 영원히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클린턴 대통령이 전자정부시대를 선언,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고 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까지 전자정부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정부와 여야 의원들도 전자정부법의 법제화를 선언, 지난 98년부터 추진해왔으나 3년여간 논의단계를 맴돌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차원에서 전자정부법의 법제화를 우선 과제로 선정, 지난 9월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법률안」을 내놓고 입법화 시도에 나선 데 이어 이상희 의원 역시 의원발의안으로 「전자정부의 구현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으나 현재 두 법안이 국회 행자위에 계류된 상태다. 행자위에서 통합법안 제출을 유도하고는 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로 통일된 통합법안은 사실상 힘들게 됐다.

두 법안은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를 위한 기본원칙·절차·추진방법 등을 공통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전자정부구현 운영원칙 △행정관리의 전자화 △대민서비스의 전자화 △전자정부사업 등 대부분의 법조항은 대동소이하다. 전자정부구현을 위한 각종 법령의 개정 및 신설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두 법안이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적용범위와 추진주체를 놓고는 양측의 이견이 크다. 정부안을 내놓은 행자부측에서는 행정부에 직접 적용하고 입법부·사법부에는 준용하는 규정을 내놓은 데 반해 의원발의안 당사자인 이상희 의원은 입법·사법·행정 등 공공기관에 직접 적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또 행자부는 정보화추진위·행자부 등 기존 조직으로 추진하자는 입장이고 이상희 의원은 대통령 소속의 전자정부추진단을 설치해 강력한 추진력과 통일된 단일추진체계로 갖고 가자는 입장이다.

물론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양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행자부는 현재의 여건에서 전자추진단이라는 별개의 추진체계로 갈 경우 정부조직 자체를 뜯어고쳐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입장이고 이상희 의원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진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즉 행자부가 현실론을 바탕으로 부족하면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자는 입장인 반면 이상희 의원은 부처이기주의를 떠나 아예 처음부터 법다운 법을 만들자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측에서 대안인 「전자정부의 구현 및 운영을 위한

법률안」을 내놓았으나 통합안으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학계·업계에서는 전자정부법의 법제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전면적인 조직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전자정부는 결국 행정업무의 효율성과 대국민서비스 향상은 물론 조직의 비즈니스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전자정부법의 신속한 법제화와 관련 법규정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