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업계 이것만은 고치자>5회-신용카드 기피

유통업체 입장에서 신용카드는 애물단지다. 여러가지 걸리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반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이 확대되면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양판점 등에서는 현금보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용산 등 전자상가와 동네 중심의 소규모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신용카드 사용을 꺼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실수입이 그대로 드러나 세금을 곧이 곧대로 내야 하기 때문에

상인들은 『적은 이윤에 세금까지 그대로 내면 오히려 적자』라며 투덜대기 일쑤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도 판매자가 부담해야 하기에 현금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용산이나 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 등 전자상가 상인들은 아예 신용카드 단말기가 없거나 보유하고 있어도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결제해줄 것을 종용한다.

전자상가의 상인들은 신용카드 취급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업체들끼리의 경쟁으로 10만원 짜리를 팔아도 1만원을 남기기 어려운데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수수료와 부가세 10%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본다』고 말했

다.

상가 관계자들은 상가내 신용카드 취급비율이 90%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말하지

만 실제 사용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만 해놨지 먼지가 쌓여있는 업체가 많다.

인터넷 이용인구의 확대에 따라 급성장한 인터넷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이 가능해도 현금구매 가격과 카드 구매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편법으로 전가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모습은 판매자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구태다. 신용카드 사용은 소비자의 편의 도모와 투명한 거래관행을 확보하는 길이다.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업체에 대해 정부가 「세무조사」라는 강경조처를 취하기에 앞서 유통업계가 자발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