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1세기 디지털 가전시대가 활짝 열렸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올해를 「디지털 가전의 대중화 원년」으로 삼아 가격부담을 줄인 그야말로 생활 속의 디지털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 디지털 수요 진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전자유통 시장에도 큰 변화의 물결이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양판점과 할인점들이 올 들어서도 사세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자유통 분야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편집자◆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필두로 국내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대중화의 원년을 맞아 올해 각종 보급형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군을 앞세워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소니코리아·샤프전자에 이어 최근 한국에 직접 진출한 JVC코리아·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 등 일본 업체들도 디지털 가전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디지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활동을 강화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업체들은 국내 디지털 가전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도 가전 3사간 또는 한·일 양국간의 자존심 대결은 디지털 가전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가전 3사는 올해 디지털TV를 비롯해 DVD플레이어·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TFT LCD모니터 등 첨단 기술을 채용했지만 가격부담을 줄인 다양한 보급형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을 주력제품으로 출시하고 수요 진작을 위해 영업 및 마케팅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디지털 가전의 핵심 제품은 뭐니뭐니해도 디지털TV. 디지털TV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다른 디지털관련 제품의 판매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디지털 가전의 대중화는 디지털TV의 보급확산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가전 3사가 지난해 말부터 300만원대 안팎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32인치 완전평면 브라운관(CRT) 방식의 디지털 HDTV를 경쟁적으로 출시, 열띤 판매경쟁을 벌이는 한편 올해 각종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첨단 디지털TV를 전략 제품으로 대거 출시키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는 프로젝션과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 외에도 초박형·초경량을 실현한 PDP TV와 LCD TV 등 첨단 벽걸이TV가 속속 상품화돼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지털TV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수요가 늘지 않았던 DVD플레이어 수요가 늘고 DVD와 HDD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디지털 저장기기가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저장기기 중 올해 가장 주목받을 제품으로는 바로 꿈의 비디오라 불리는 「DVD리코더」를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쯤 가전 3사에서 출시할 예정인 DVD리코더는 일반 TV방송은 물론 캠코더 등의 영상 및 음향신호를 DVD디스크에 아날로그 화질보다 2배 이상 뛰어난 수평해상도 500본 수준으로 반복 녹화하고 편집까지 할 수 있어 기존 아날로그 VCR를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쯤 시장에 등장할 개인용 디지털 녹화기(PVR)도 디지털TV 시대의 총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디지털 저장기기 중 하나다. 테이프나 DVD 대신에 30∼6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채용한 PVR는 디지털방송을 30∼60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녹화·재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방향 데이터방송서비스·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올해는 음향기기 분야에서 디지털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P3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황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필립스·마쓰시타 등 세계적인 대형 가전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데다 유니버설·소니뮤직·EMI·BMG·워너브러더스 등 5대 음반사들이 WMA와 AAC 등 새로운 압축포맷의 인터넷음악 사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광자기디스크를 비롯해 집드라이브와 CD 등 기존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대용량 저장장치를 활용한 신제품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국내외 업체들간의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 시장을 둘러싼 쟁탈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올해는 디지털카메라·디지털캠코더 등 기타 디지털 가전제품의 대중화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12만대, 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올해 선후발업체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에 힘입어 30만대, 900억원 규모로 2년 연속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잔뜩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캠코더 시장도 삼성전자와 소니코리아 등 일본 업체들이 디지털 제품의 모델 수를 대폭 늘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