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이슈(5)>유통혁명

구석기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가는데 100만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이어지면서 농업혁명이 일어나 인류의 생활이 떠돌던 유목생활에서 농경을 기반으로 한 정착생활로 바뀌는데는 수만년의 시간이 걸렸다.

산업혁명이 일어나 도시가 생기고 다시 인류의 생활이 도시를 중심으로 무리지어 생활하는데는 몇 백년의 시간 그리고 디지털 정보 시대로 이어지는데는 불과 몇 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같은 인류생활 전반의 빠른 변화와 마찬가지로 장터를 중심으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거나 매매하던 전통적인 시장개념의 유통도 불과 몇 해를 사이에 두고 급속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기나긴 유통의 역사속에서 화폐사용이나 전화, 팩스 등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유통의 변화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유통은 유통혁명으로까지 얘기되고 있다.

유통혁명의 주체는 디지털, 인터넷, 사이버 등으로 표현되는 온라인이다.

차세대 유통으로 불리는 온라인 유통 전문업체가 속속 등장해 터줏대감인 백화점을 비롯, 할인점 등 대형 오프라인 업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LG홈쇼핑, CJ39쇼핑 등 TV홈쇼핑 업체와 삼성몰, 한솔CS클럽 등을 필두로 한 인터넷 쇼핑몰 업체다. 특히 TV홈쇼핑은 TV라는 대중매체를 등에 업고 매출이 급성장해 TV홈쇼핑 추가채널 선정을 놓고 중소 대형 유통업체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인터넷 쇼핑몰은 아직까지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미미하지만 편리한 쇼핑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매년 100% 이상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향후 시장전망도 어떤 업계에 비해 낙관적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비롯한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급속한 성장에 긴장하며 하나 둘씩 온라인 유통에 발을 담그고 있다. TV홈쇼핑 채널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물론 인터넷 백화점, 할인점 등 인터넷쇼핑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기존 오프라인에 온라인의 요소를 접목시켜 활용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 롯데, 현대, 신세계가 사이버 백화점을 오픈해 상품전시 및 제2의 판매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 등 할인점도 사이버 할인점을 오픈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가전, 컴퓨터 등 제조업체도 자사 대리점 및 기타 유통업체에 대한 물품공급을

넘어 홈페이지를 활용하거나 아예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상품소개와 또 다른 판매루트로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으로의 진출 및 확대 그리고 온·오프라인의 연계가 기존 유통업계 전반의 대세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매치시킨 혼합형태의 유통방식은 아직 불완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통업체가 시작한 대부분의 사이버몰들은 아직까지 판촉을 위한 상품 카탈로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상품 소개와 일반 상품의 설명, 가격정보 제공 등을 제외하면 새로운 유통업체로서 어떤 새로운 역할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신유통이나 차세대 유통업체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도 높여야겠지만 무엇보다 매매방식이 새롭고 유통구조가 온라인화돼 있어야 차세대니 신유통이니 하는 말에 어울린다. 즉, 판매뿐 아니라 물품의 발주부터 포장과 배송,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 되고 이에 따라 매매 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혁신적인 절감이 이뤄져야 한다.

유통혁명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퓨전유통의 등장이다. 퓨전유통은 앞서 지적한 신유통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온·오프라인이 뒤섞여 양쪽에서 모두 유통이 이뤄진다고 해서 퓨전유통이 아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한 부분만을 놓고 볼 때는 취급상품이 섞이고 판매 타깃층이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거나 특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타업계의 장점을 가미한 혼재된 의미일 수 있다. 유통 전반에서의 퓨전은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접목시킨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처음부터 인터넷을 중심에 놓고 실물유통의 강점들을 접목시켰다는 것이 특징이다.

퓨전은 틀 자체를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실물유통의 모든 것을 배제하고 인터넷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동안 입증된 오프라인 실물유통의 장점을 하나씩 접목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아갈 방향도 다르고 매매방식, 마케팅 활동도 다르다.

퓨전유통은 인터넷을 하나의 부수적인 유통방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이버 시대에 맞게 사이버 환경을 전제로 유통을 생각한다.

퓨전은 유행으로 여겨지지만 유통은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2001년 유통업계는 퓨전유통이 핫이슈로서 유행처럼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