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분명히 이 매장인데…. 지난번 그 상호가 아니네.』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부품·주변기기 등을 구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AS를 받거나 다른 제품을 사기 위해 구입했던 매장을 다시 찾았을 때 소비자들은 종종 예전의 그 매장이 사라지고 없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사업이 안돼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사간 이들도 있지만 일부는 그 자리에 남아 간판의 상호만 바꾸어 내건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른바 「간판 바꾸어 달기」 수법이다.
주로 영세한 소형 업체들이 이용하는 간판 바꿔달기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번 판매한 제품에 대해 AS를 해주지 않기 위해 상호를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주기판·그래픽카드 등은 지속적으로 AS를 해 주어야 한다. 정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이나 총판은 관계없지만 대리점 계약을 맺지 않고 해외에서 들여다 판매하는 비정품 취급업체들은 AS를 해주지 못하거나 해주더라도 공식 대리점만큼 신속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들 비정품 공급업체는 AS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 대량으로 판매한 뒤 다른 사업자로 둔갑하는 것이다. 상호를 이전에 사용하던 것과 비슷하게 바꾸면서 대표자도 배우자나 직원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다.
간판 바꿔달기의 또다른 목적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다. 1월부터 11월까지 영업한 뒤 고의로 폐업하고 사라지면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세무서에 신고하는 매출액도 실제 매출의 50% 미만으로 적은데 그나마 그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으려는 행위가 다른 상인들 눈에도 고울 리 없다. 대부분 가격질서도 지키지 않는다. 주변의 상인들은 그래서 간판 바꿔달기를 하는 업체를 금방 알아차리고 깊은 거래관계를 맺지 않으려 한다.
간판 바꿔달기와 비슷한 수법인 배 갈아타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적지 않다. 간판 바꿔달기가 「사람은 있되 업체가 달라진 것」이라면 「배 갈아타기」는 「회사는 그대로이되 사람이 이리저리 옮겨가며 사고를 치고 다니는 수법」이다. 여기 저기 회사를 옮기거나 자본주를 바꾸어가며 소비자들에게 AS도 보장되지 않는 물건을 팔고 자신의 이속을 챙기는 것. 이직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직장이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남긴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할 행위로 지적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