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춥고 갈 데는 없고….」
졸업을 앞둔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한숨 소리다.
벤처붐이 일면서 곳곳에 창업보육센터가 설립되면서 입주했던 기업들이 1∼2년간의 입주기간이 만료돼 졸업을 해야 하지만 많은 벤처기업들이 아직까지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보육센터 이후, 즉 「포스트 BI」 정책 부재와 펀딩에만 의존해 사업을 영위해왔던 벤처기업들 스스로 초래한 결과로 풀이된다.
창업보육센터 졸업 이후 육성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제 갓 센터를 졸업한 초기 벤처기업들에 있어 현재의 벤처환경은 험난하기만하다. 특히 자체 수익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지난 99년 후반기부터 불기 시작했던 벤처붐을 타고 펀딩에 의존해 사업을 추진했던 업체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다.
보통 보육센터는 졸업기간 이후 6개월 정도는 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6개월 이후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갈 곳이 없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지난 12월 말까지 15개 입주기업 중 13개를 졸업시킨 한 민간창업보육센터장은 『차기 입주업체를 받아들이기 위해 입주기간이 만료된 기업들을 졸업시키고는 있지만 이들 업체를 내보내는 마음은 편치 않다』고 말했다.
물론 이 중 일부 업체들은 별도 운영중이던 사무실로 들어가는 등 대안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사무실조차 얻을 돈이 없는 형편이다. 또 당장 사무실을 얻더라도 변변한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은 임대료를 내기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보육센터의 월 임대료와 관리비는 평당 5만7000원에 불과하다.
S창업보육센터 졸업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6∼7개 업체가 보육센터를 벗어났지만 이 중 수익을 만들어내는 업체는 1∼2개 업체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연구·개발에 치중해야 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물어가며 연구·개발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 창업보육센터는 2∼3개 업체가 입주기간이 만료됐지만 이사할 곳을 찾지 못해 기간을 1∼2달 연장했다.
창업보육센터 운영사무실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이곳을 졸업한 뒤 다른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며 『지난해 말이나 올초 졸업을 맞는 기업들에는 정말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스타」의 꿈을 안고 벤처기업의 요람이라는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들의 상당수가 자금시장 경색과 정부의 「포스트 BI」 정책 부재속에서 마치 졸업을 해도 취업이 안돼 방황하는 대학생들처럼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여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