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시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저가 출혈경쟁으로 IDC업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센터 입주업체가 제때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거나 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다국적 IDC업체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등 시장재편 조짐마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IDC시장도 올해를 기점으로 소강국면에 빠지고 도산이나 매각, 인수·합병(M&A) 작업이 본격화하는 등 구조조정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저가 출혈경쟁 =KIDC·한국통신IDC·한국피에스아이넷·하나로통신 등 주요 IDC업체는 지난해 중반부터 사용요금을 50% 인하해 가격할인 경쟁에 불을 붙였다. 가격인하 경쟁을 주도한 것은 한국통신IDC. 이 회사는 서버 장소만을 임대해 주고 이를 관리해 주는 코로케이션 서비스 요금을 75% 인하했다. 한통에 맞서 하나로통신이 운영하는 IDC인 「엔진」도 요금인하를 단행했다. 데이콤의 KIDC도 메이저 IDC업체가 잇따라 가격을 내리자 최근 자사 요금을 40% 내렸다. 이같은 가격 출혈경쟁은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메이저업체의 틈바구니에 있는 중소 IDC업체는 가격경쟁이 심화될 경우 도산 위기에 몰리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 해지, 미수금 급증 =자금 유동성 문제로 닷컴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렴한 IDC로 이전하거나 심지어 해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입주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인터넷업체도 급증해 IDC업체의 채산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KIDC에 입주했던 프리챌·네이버컴·엠파스는 최근 한국통신으로, 아이러브스쿨은 GNG네트웍스와 새로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올초를 전후로 KIDC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업체가 많아 이를 둘러싼 KIDC와 다른 업체 사이에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피에스아이넷 김천일 팀장은 『IDC를 이용하는 기업의 90%정도가 인터넷서비스 기업이고 이들 업체가 최근 자금면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입주비용을 미루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IDC업체 진출 =지난해 초부터 국내 시장을 타진했던 외국계 IDC업체가 잇따라 한국 시장에 상륙할 태세다. 아이아시아웍스는 이미 서울 서초동에 3500평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밖에 엑소더스·레벨3 등 글로벌 통신망을 갖추고 IDC 운영 경험이 있는 세계적인 IDC업체가 국내업체와 합작하거나 제휴하는 방식으로 조만간 국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다국적 IDC업체가 조만간 IDC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들면서 닷컴기업이 크게 위축되고 수요가 주춤하면서 IDC시장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며 『올해는 긍정적으로 잡아도 시장규모가 10%정도 성장하는 데 그치고 도산이나 매각 등 시장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