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환경의 뜨거운 감자인 「전자상거래 조세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걸음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조세문제는 전자상거래(EC)가 새로운 경제환경으로 등장한 지난 10여년간 자국내 기업활동은 물론 각국의 무역·관세 정책의 민감한 현안으로 여겨져왔던 사안이다.
최근 OECD가 조세정책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것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도출된 첫 소득과세정책의 윤곽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과 관련업체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골자는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 즉 온라인으로 발생되는 국제간 상거래시 과연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의 과세권을 가지는가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기념비적인 합의」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정책의 주요내용과 의미 =OECD 조세정책 잠정합의안은 명확히 말해 EC에 대한 소득과세 관할권에 대한 기준이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도 EC조세는 부가가치세·판매세 등 주로 소비과세에 국한됐던 게 사실. EC환경이 등장하면서 국경을 넘어선 기업활동, 즉 가상기업이 가능해지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명확히 규정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OECD는 이번 합의를 통해 조세 관할권에 대한 몇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했다.
골자는 웹사이트 접속이 이뤄진 국가에는 납세의무를 지지 않는 대신 해당 기업의 라우팅 호스트서버가 있는 국가에는 납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제공업(ISP) 등 제3자에 의한 호스팅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납세의무가 면제된다. 예컨대 A국에 라우팅 호스트서버를 두고 있는 인터넷쇼핑몰에 B국의 인터넷사용자가 접속, 매출이 발생할 경우 해당 인터넷쇼핑몰은 A국에만 납세의무를 진다는 뜻이다. 사업자에 대한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남아 있는 숙제 =이번 잠정합의안은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과세 관할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 과세대상으로 밝힌 「서버가 사업활동의 핵심기능을 수행할 경우」가 어떤 범위까지인지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온라인서비스임대업(ASP) 등 전산설비 위탁에 의한 사업모델이 급발전하면서 사업활동 국가에 대한 기술적 판단도 쉽지 않다. 인터파크 이기형 사장은 『OECD 잠정합의안은 기초적인 수준에서 조세 호혜주의와 이중과세 방지를 명시한 것으로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라며 『그러나 EC수입국 입장에 있는 우리로서는 유리한 입지를 점하기 위한 정책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이 복잡한 무역절차에 적용됨으로써 예상되는 탈세문제도 고민거리다. 삼일회계법인 안연균 전무는 『인터넷으로 다국간 거래가 이뤄질 때 기업이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경우 세제적용을 어떻게 할지도 문제』라며 『이를 적절히 통제·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망 =OECD 재정위는 이번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을 오는 31일 파리총회에서 회원국들의 합의를 거쳐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세계 각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자상거래 과세정책 중 과세관할권에 머물러있고 그것도 밑그림에 해당하는 원칙제시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출국과 수입국이라는 상반된 입장에 놓여있는 아시아·미주국가들간 첨예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