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온라인 육성게임사이트 인기

테헤란밸리의 한 웹에이전시에서 근무하는 이지민씨(25)는 요즘 아기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처녀가 웬 아이?」하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씨는 즐겁기만 하다.

『너도 아기 하나 키워봐. 우유 먹고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재롱떠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이씨는 한술 더 떠 아이 키우는 법을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하며 아기 키우기를 권유하기까지 한다.

이 정도에 이르면 처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분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씨의 아기 키우기는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씨가 키우는 아기는 바로 컴퓨터에서만 존재하는 사이버 아기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페티즌(http://www.petizen.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아기를 입양(?)했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음식, 장난감, 의류 등 다양한 살림살이를 페티즌 사이트에서 사이버머니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아기는 온라인에서 한번 입양받으면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PC 모니터상에서 계속 키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PC로 놀러 보낼 수도 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친구를 만나 결혼도 하고 2세를 낳아 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최근 이지민씨처럼 스타크래프트류의 대전게임에 식상한 직장 여성층을 중심으로 아기·애완동물을 키우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바람이 일고 있다.

육성시뮬레이션 사이트는 페티즌 외에도 세계적인 명견을 내려받아 키울 수 있는 펫게임(http://www.petgame.co.kr), 키운 캐릭터를 전자우편으로 보낼 수 있는 이메일펫(http://www.emailpet.co.kr), 고양이·햄스터·물고기 등 애완 캐릭터를 키우는 골드펫(http://www.goldpet.com)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수족관 안에서 열대어를 키우며 수온이나 수족관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해 넣어주는 아쿠아스페이스(http://www.aquaspace.co.kr), 과일재배가 가능하고 강아지·원시인을 키울 수 있는 키우자(http://www.kiuja.co.kr), 식물을 주로 키우는 드림시드(http://www.dreamseed.co.kr) 등도 나와있다.

이처럼 애완 캐릭터를 자신의 PC상에서 육성하는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간사를 사이버상에 축소해 놓은 것 같아 많은 네티즌이 자신의 분신과 같은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점차 소외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애정을 갖고 자기만의 것을 보살피고 키운다는 육성의 매력이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게임의 인기요인인 폭력성이나 선정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살려 인정이 넘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페티즌의 경우 캐릭터인 「알(R)」을 키우는 사설학교부터 알을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인 「엄마단」 등 특색있는 커뮤니티가 잔잔한 재미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에 너무 빠지다 보면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경정신과 유경환 박사는 『어린이들이 육성게임에 너무 빠져들다 보면 생명을 별것 아닌 걸로 생각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성인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사이버에 매몰되면 사회성이 결여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육성시뮬레이션 게임이 메마른 사이버공간에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주요 사이트 및 소개

사이트명 주소 특징

-페티즌 http://www.petizen.com

데이터 동기화 기술로 한번 내려받으면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키울수 있다. 알통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사이버상에서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다.

-펫게임 http://www.petgame.co.kr

비글·닥스훈트·불리테어 등 세계적인 명견을 내려받아 키울 수 있다. 개의 성별과 털 색깔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 행복지수, 건강지수 등을 확인하면서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메일펫 http://www.emailpet.co.kr

사이버머니로 물건을 구입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캐릭터가 사는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어 줄 수도 있다. 예쁘게 키운 애완 캐릭터를 전자우편을 통해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골드펫 http://www.goldpet.com

강아지 외에 고양이·햄스터·물고기 등 애완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사이버머니로 구입한 물건들로 애완 캐릭터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 성장한 캐릭터는 결혼해 새끼도 낳는다.

-라바 http://www.rava.tv

사이버 캐릭터인 라바를 온라인상에서 양육하는 사이트. 쪽지·채팅·메일체크·일정관리·웹검색 등의 인터넷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라바 캐릭터 관련상품도 판매한다.

-천사펫 http://www.1004pet.com

원숭이·강아지·토끼·오리·펭귄 등 20여종의 동물 중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분양받아 키울 수 있다. 광고 클릭 등을 통해 사이버머니를 취득해 동물의 성장에 필요한 물건과 지수를 구입한다.

-조이포스트 http://www.joypost.com

한달에 3500원의 이용료를 지불하는 유료 육성사이트다. 프로그램 자체가 캐릭터가 사는 방으로 이곳에서 캐릭터를 먹이고 목욕시키고 인테리어도 바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