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스타크를 찾아라.」
정식 게임리그가 끝나 모처럼 휴가를 맞은 프로게이머들의 최대 고민거리다. 지난해에는 전국을 몰아친 스타크래프트의 열풍 덕분에 이 게임 하나만 잘해도 프로게이머 대접을 받았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차츰 시들해지면서 스타크 고수들의 주가도 함께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시즌이 시작되려면 두달여가 남아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요즘이 게이머들에게는 스타크 이외의 주종목을 개발하는 데 최적기다. 프로게이머들은 친한 사람끼지 삼삼오오 모여 최근의 추세를 논하기도 하고 각종 사이트에 들러 일반 게이머들의 동향도 살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프로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포스트 스타크 후보로 꼽고 있을까. 최근 배틀탑과 PKO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이머 4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게이머들은 국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킹덤은 40%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포스트 스타크의 대권을 예약해 놓았으며 실제로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 19명이 킹덤을 연습하고 있다.
천리안의 국기봉은 『킹덤은 스타크와 비슷해 프로게이머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그래픽도 화려해 게임리그에 적합할 것으로 생각해 틈틈이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 선수 외에도 하나로의 봉준구, KTB퓨처스의 김동우, IBS네트 임요환, 스틱의 맹대호, CCI라이브의 전혁주 등 정상급 선수들이 하나같이 킹덤을 포스트 스타크의 선두주자로 보고 맹연습중이다.
또 국산 게임인 「아트록스」도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10.6%의 지지를 얻고 있다.
킹덤과 아트록스 등 국산 게임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과는 달리 외산 대작게임인 「디아블로2」 「레드얼럿2」 「퀘이크3」 등에 대한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올더웹 V나라 김지혜, 두밥 조백규, 하나로 박정호 등이 「레드얼럿2」를 꼽았지만 전체 지지도는 6.4%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게임대회 종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퀘이크3」를 선택한 게이머는 n016 이지훈과 삼성전자 송병석 단 2명뿐이었다.
「디아블로2」는 그래픽, 게임성, 두터운 유저층 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 2000년 최고의 게임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으나 1대1 대전성이 약해 게임리그에 적합하지 않아 순위에서 밀려났다.
드림라인의 이은경, 조이포유의 김지혜, 네온게이트의 김일재 등은 온라인게임인 「포트리스2」를 포스트 스타크 후보로 지명했다. 김일재는 『포트리스2는 킹덤이나 레드얼럿 등에 비해 유저층이 넓고 대전성이 강하기 때문에 게임대회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파이널판타지」 「니드 포 스피드」 「레드문」 「임진록2」 등을 꼽은 게이머들도 있었다.
프로게이머들은 국산 게임인 킹덤언더파이어에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를 이을 만한 차세대 대작은 없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개중에 킹덤이 제일 낫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삼성전자 칸 김인경, 예카 이현주, 스틱 신성철 등 12.8%에 해당하는 게이머들은 「현재까지 없다」고 답했으며 킹덤, 아트록스, 디아블로2, 레드얼럿2 등에 답한 게이머들도 아직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성과 유저층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KTB퓨처스의 박윤정은 『스타크래프트를 능가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유저층, 게임의 완성도, 다양한 볼거리 등의 3박자를 갖춰야 하는데 현재까지 나온 게임 중에는 이를 만족할 만한 게임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