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인들 선거시장 각축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강국인 미국이 지난 대선에서 낙후된 선거시스템이 문제가 되자 마이크로소프트·델컴퓨터·유니시스·컴팩컴퓨터·시스코시스템스·IBM 등 미국의 대형 IT업체들이 잇달아 선거시스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1일 아시안월스트리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델컴퓨터 ·유니시스 등 3사는 새로운 전자투표시스템 개발과 판매에 제휴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이번 3사의 제휴는 소프트웨어(MS), 하드웨어(델컴퓨터), 서비스(유니시스) 등 컴퓨터 각 분야의 최고업체간 합작이라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이들은 유권자 등록부터 선거 결과 개표까지 모든 선거 과정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번 시스템의 핵심인 하드웨어는 델컴퓨터가, 소프트웨어는 MS, 그리고 유니시스는 이들을 통합, 운영하는 서비스를 맡게 된다. 특히 델이 공급할 하드웨어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으로 투표할 수 있게 된다.

이들보다 일주일 앞서 다른 대형 IT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와 컴팩컴퓨터도 워싱턴에 있는 보트히어닷넷(VoteHere.net)에 1000만달러를 투자, 이 업체가 안전한 온라인 선거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지원하고 나섰다.

이외에 IBM과 다이볼드도 현 선거시스템의 대체수요를 기대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 대형 IT업체가 선거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난 대선에서 구형시스템으로 큰 낭패를 본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투표시스템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 찰스 슈머와 공화당 의원 샘 브라운백은 미국 각주의 선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필요한 자금 2억5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을 지난 12월 발의해 놓고 있다.

또 지난 대선때 미국 선거시스템의 문제점을 노출, 선거시스템 현대화의 직접적 계기가 된 캘리포니아주도 앞으로 선거시스템 개선에 3억달러를 투입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미시간주와 조지아주 국무장관들도 자금을 투입, 자신들의 주 선거시스템을 통일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때 전자투표시스템을 이용한 비율이 9%에 불과한 실정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업그레이드할 시기가 됐다』며 이 시장에 기대감을 표시, 『선거시스템의 신뢰성 확보가 입지 확대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이들은 그 이유로 선거가 매년 있는 것도 아니고 한번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최소 20년은 운영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대선 개표때 이의 55%를 담당했던 일렉션시스템스&소프트웨어(ES&S)는 지난해 매출이 1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올해 전자시스템 등의 공급으로 매출을 지난해보다 20% 더 늘릴 예정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