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전업체인 제니스의 구조조정 성공사례가 최근 또 한차례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니스는 LG전자의 미국내 자회사로 올들어 디지털 전문 브랜드로의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이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상은 제니스가 아니라 제니스의 구조조정을 맡은 구조조정전문팀이다.
이 구조조정전문팀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제니스가 디지털가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2일(현지시각) TMA(Turnaround Management Association)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기업구조조정 상」을 수상하고 포럼에 참가해 연설했다.
이들이 설명한 제니스의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요약하면 이렇다. 지난 97년 후반 제니스는 5억달러의 부채와 3억달러에 이르는 운영손실로 회사의 존폐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 제니스문제는 LG전자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였다. 제니스는 최후수단으로 유명한 구조조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TMA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시카고에 본부를 두고 있는 TMA는 회사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는 유일한 국제 비영리기구로 전세계 32개 지부를 두고 있다. 또 TMA는 금융전문가·구조조정전문가·변호사·법조인·정부관계자 등 4100여명에 이르는 기업구조조정 관계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TMA에서 파견한 구조조정팀은 법적인 걸림돌과 기존 주식을 전량 소각키로 한 기업회생계획의 반대를 무릅쓰고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쳤다.
그 결과 이들은 10억달러에 가까운 제니스의 자산을 유지하면서 마침내 지난 99년에는 운영손실을 510만달러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후 제니스는 사업파트너인 LG전자가 지분을 완전 인수함으로써 LG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LG전자는 디지털TV 등 디지털제품을 제니스에 공급함으로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제니스가 적절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북미 디지털시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1억3000만달러를 쏟아부어 제니스를 세계적인 디지털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고 디지털TV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제품을 본격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제니스의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는 어설픈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으로 국민들의 혈세만 축내고 있는 정책당국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