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중 장애로 우는 장애인들
10년전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된 김혜란씨(34·서울 은평구)는 지난해 한 선교회를 통해 컴퓨터 1세트를 기증받았다. 그러나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선교회에서 컴퓨터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곳까지 가기 위한 차도, 도와줄 사람도 없어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지만 컴퓨터 배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0년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고원석씨(45·전남 장성)는 누워서만 지내지만 10년전 다행히 아내가 사준 컴퓨터를 옆으로 누워서 대나무를 깎아 만든 막대기를 입에 물고 벽에 기대어 세운 키보드를 두드린다.
고씨는 『헤드마스터나 Adap2u같은 장애인을 위한 특수장치가 주어진다면 훨씬 컴퓨터를 잘 활용할 수 있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정보접근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정보접근이 열악한 장애인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접근기회를 확대하고 사회참여를 증진시켜 사회적 소외감을 줄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편견없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교육과 의료·복지서비스·재택근무 등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장애인들의 정보화 수준은 극히 열악하다.
한국전산원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소외계층 정보화를 위한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55.6%가 컴퓨터를 전혀 이용해본 적이 없으며 11.3%는 한두번 이용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밝혀 장애인들이 정보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또 이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27.6%가 인터넷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며 인터넷에 대해 들어봤으나 인터넷 관련기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21%에 달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의 조사결과(99년 11월)에서도 컴퓨터통신이나 인터넷서비스가 장애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아서 사용하는 데 불편하다는 응답이 23.2%에 달해 우리나라 정보통신환경이 장애인이 접근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곽치영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이 컴퓨터 이용에 가장 어려운 점은 신체장애 58.3%, 사용법의 어려움을 25%로 응답하고 있다. 그리고 컴퓨터 이용에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사항에 특수장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 32.8%로 높게 나타났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반영하듯, 2000년 4월 현재 주요 PC통신사의 장애인 이용자수는 2만5000여명으로 전체 장애인수 100만3000명의 2.44%에 불과, 비장애인의 이용자율 27%보다 현격히 낮은 수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정보접근을 용이하게 만들어 정보격차를 해소시켜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외려 격차를 더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우선 경제력에 있다. 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추가적인 특수장비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며 통신비를 지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평균적으로 비장애인보다 소득이 낮다.
또 장애인의 교육수준은 비장애인의 교육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으며 정보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기회 또한 제한돼 있다.
정보화에 대한 낮은 인식도 중요한 현안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둘러싼 물리적·사회적 환경이 정보접근기회를 제한하기 때문에 정보화에 대한 동기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장애인으로 하여금 정보화의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과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또 법제도가 미비한 것도 장애인의 정보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보접근에 불리한 장애인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한 정보접근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정보화촉진기본법·장애인복지법 등을 통해 장애인의 정보접근을 위한 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법률내용이 제한적이고 의무규정이 약한 편이다. 또 선언적인 수준의 규정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장애인을 정보사회 참여로부터 더욱 소외시키는 중요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