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이 「e리눅스클럽」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연말 MS가 SQL2000을 발표한 이후 한국오라클의 입지가 크게 위축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미 삼성그룹은 자사 그룹웨어인 「싱글」을 윈도NT 기반에 SQL2000 DBMS로 전환키로 한 데 이어 코리아닷컴도 MS를 선택하는 등 한국오라클이 수세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한국오라클이 선택한 것은 우회전략이다. 유닉스·윈도NT·리눅스로 대별되는 DBMS 시장에서 리눅스 기반의 DBMS를 채택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닉스 기반의 DBMS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리눅스클럽은 리눅스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물꼬를 열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닉스 기반의 DBMS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이 이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e리눅스클럽에 가세한 것은 올해 DBMS 시장에서 MS와 한판 격돌을 벌여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 e리눅스클럽 결성은 사실상 오라클과 인텔이 리눅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리눅스업계에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오라클과 인텔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그간 보급형(로엔드) 시장에 머물던 리눅스가 고급형(하이엔드)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기폭제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특히 오라클과 인텔이 공동마케팅 외에 e리눅스클럽 회원사에 대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DBMS와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제품을 공급키로 결정함에 따라 리눅스업체들은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라클과 인텔은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또 인텔은 리눅스업체들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마다 지원금 명목으로 「마케팅개발자금(MDF:Marketing Development Fund)」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관공서·금융권·대기업 등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입을 최대 사업 목표로 세웠던 리눅스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e리눅스클럽에 참가한 리눅스업체들은 이와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중대형 시스템용 솔루션 개발, 영업팀 강화, 안정적인 기술지원서비스 마련 등에 박차를 가해 올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