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전자정부법>상-전자정부법 제정 한시가 급하다

◆전자정부법 제정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전자정부를 올해 역점사업으로 천명했고 행자부 역시 제1의 사업으로 전자정부 구현을 다짐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원이 각각 전자정부법안을 내놓고 법제화를 추진중에 있으나 양측 어느 법안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전자정부법 제정이 무엇 때문에 필요하고, 현재까지 입법논의 상황은 어떠하고, 앞으로의 전망과 방향은 어떠한지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전자정부법, 또 다시 흐지부지되는가.』

전자정부법의 법제화에 대한 각계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자정부법의 국회통과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정부와 국회가 전자정부법의 법제화와 관련해 지난 연말까지 전자정부법의 통과를 장담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연초에 열린 임시국회(1월 9일)에서도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 98년 이후 3년 동안 입법단계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숭실대 이남용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이 모두 전자정부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법조항 문제로 역량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최준선 교수도 『전자서명법·전자거래기본법 등 각종 상충되는 법제정리는 법적인 기초작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아직 전자상거래(EC)시대를 맞이할 채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정부부처에서 전자적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조항의 부재로 종이문서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민서비스 역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문서로 병행해야 하는 이중작업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세의 경우 구청에서 이미 인터넷으로 고지를 하고 있지만 일일이 개인에게 문서양식으로 통보하고 있다. 기한을 넘겨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인터넷 고지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이다.

EC 등 연관 산업에 파급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자정부법에 포함되는 각종 행정업무에 관한 법안들이 실상은 산업전반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C에 관련된 전자서명법이나 전자거래기본법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이같은 법들이 서로 중복 규정돼 있거나 아예 규정자체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허다하다. 전자서명법·금융실명제법 등 관련법끼리 상충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전자정부법으로 통합, 정리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통합 전자정부법이 법제화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전자정부법에 관한 통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문제는 상당히 복잡해진다. 이미 정부안과 의원발의안이 행자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새로운 법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두 법안이 폐기되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16대 국회가 끝나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법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법의 문제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오는 2003년께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전자정부 수립을 완료해 저만치 앞서갈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관계법령의 미비로 뒷짐만 지고 있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보화에서 앞서 나가자던 구호가 정작 전자정부법 앞에서는 무색하다는 지적이 높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