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디자인은 외형만큼이나 컬러선택이 중요합니다.』
국내 산업디자인계의 터줏대감인 아이알아이(I.R.I)의 최종석 사장(49)은 「컬러컨설팅」이라는 개념을 산업디자인계에 끌어들인 선구자다. 매달 시중제품의 컬러동향을 면밀히 분석, 축적해온 지 벌써 10년째. 정부자금을 보조받아 「한국인의 색채감성 분석 척도」를 고안해낸 것은 일종의 쾌거로 부를 만하다.
한국인의 색채감성 분석 척도란 디자인을 감으로 찍는 게 아니라 과학으로 결정하는 시스템 디자인의 산물이다. 내용을 보면 웬 만한 대기업 연구소의 장기 프로젝트에 필적한다. 감성과 유행의 산물로만 여겨져온 색채경향을 과학적인 연구대상으로 삼아 나이·성별·지역·직업·소득·상품종류 등에 따른 선호색상과 빈도수를 측정한 것으로 향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상품을 개발하면서 디자이너의 감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나 다름없죠.』
컬러컨설팅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색채동향 분석자료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회원수가 500여 명쯤 된다. 컬러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 덕분인지 디자인한 제품들마다 시장반응이 좋다는 그는 장난감 콘셉트를 도입한 달팽이 모양 디지털카메라(허드슨텍)와 타조알 모양의 이동형 침입감지기(브이텍) 등 최근작들을 컬러컨설팅의 성공작으로 꼽는다.
홍익대 미대 공업디자인과 1기로 국내 산업디자인계 1세대임을 자부하는 최 사장은 현재 한국산업디자인전문회사협회의 회장을 맡아 산업디자인업체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데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