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코스닥 문을 두드릴까. 작년 초에는 무려 300개 이상의 기업들이 코스닥시장 진출을 추진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못한 것 같다. 현재 60여개 정보기술(IT)업체가 코스닥등록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해 뜻(등록)을 이루지 못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최대 100개 기업에 이를 전망이다.
다행히 새해 들어 코스닥시장이 활기를 찾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수익모델 부재와 거품론으로 멍든 인터넷주들이 강세를 보이는가 하면 통신서비스주, 낙폭이 컸던 IT주들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우울했던 장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1·4분기 약세기조가 이어진 후 2·4분기에는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에 이르고 있다. 대박을 터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지난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올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는 업체들엔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공모가 산정에서 주가관리에 이르기까지 지난해보다는 수월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IT업체들이 본질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모가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며 푸념했던 것보다는 희망적인 국면
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전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코스닥등록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안철수연구소·한빛소프트·미디어링크 등 유망한 IT업체들 대부분이 올 하반기에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에 등록해 한 푼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겠다는 계산이다.
◇몇 개 업체나 등록할까 =올해 최대 100개에서 최소 60여개 IT업체가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30여개사가 올해로 등록을 미룬데다 최소 30여개 업체가 올해 코스닥시장에 새로 등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에는 올 들어 처음으로 실리콘테크·디날리아이티·동양시스템 등 7개 IT업체가 등록했다. 지난해 일찌감치 코스닥등록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공모가 산정문제로 난항을 겪다 연말에 뒤늦게 공모청약을 실시한 업체들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어려웠다는 얘기다.
현재 60여개 IT업체가 올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계획 수준이다. 시장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뒤로 미룰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연초에는 300여개사가 코스닥시장 등록을 준비했지만 실제 절반 수준인 172개사(IT업체 약 130개사)만이 등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코스닥시장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등록을 기피하는 업체들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업체가 51개사에 이르렀고 KDC정보통신·온세통신·서울반도체 등 18개사는 증시침체 등을 이유로 등록을 아예 포기했다. 국제통신 등 22개사는 올해 공모일정을 잡을 예정이지만 지오인터렉티브·디지털퍼스트·에이텍시스템 등 11개사는 등록 추진여부를 아직도 고민중이다.
문제는 시장상황이다. 올 하반기에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시장상황이 개선된다면 예상보다 많은 IT업체들이 코스닥행을 서두를 것이다. 지수 100선만 무난히 돌파한다면 지난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보류했던 업체들까지 대거 코스닥시장으로 몰려 제2의 코스닥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무작정은 안된다 =그러나 무작정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지난해에 일부 몰지각한 벤처 CEO들은 주가조작 등 불법적인 머니게임에 주력하다 철퇴를 맞았고, 대박을 꿈꾸며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많은 사람들이 쓰라린 쪽박만을 간직한 채 옛 직장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도 기업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묻지마 투자에만 주력하다 보유주식의 주가가 10분의 1, 20분의 1로 떨어져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은 기업 이미지 손상이나 주가폭락과 같은 유무형의 손실을 크게 입었다. 지난해 불법대출과 주가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 사장 구속은 직원들로 하여금 앞다퉈 직장을 떠나게끔 만들었고 지난해말 회사를 영업정지 위기로까지 내몰았다.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의 요람이자 자금의 젖줄임에 분명하지만 악용할 경우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철저한 준비를 =코스닥등록 업체 중 상당수 업체들이 변변한 IR조직 하나 없이 운영되고 있다. 코스닥등록 이후 공시와 투자업무가 늘어날 것이 자명하지만 운영비 절감 등을 내세워 관련부서 하나 만들지 않고 시장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코스닥증권시장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등록 업체 10개 중 4개사가 IR조직을 갖추고 있으나 그 중 11%만이 현재의 활동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IR활동을 할 수 있는 등록기업이 10개 중 1개도 안된다는 얘기다. 인력과 경험 부족, 노하우 미비 등으로 IR활동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경우 상장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상장 이후 관리가 소홀한 업체에 대해서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코스닥증권시장 강정호 사장은 『나스닥시장은 매년 상장업체 수와 퇴출업체 수가 엇비슷하다』며 『이를 통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선 48개 업체가 경영부실 등을 이유로 퇴출됐다. 올해는 코스닥시장의 퇴출기능 강화로 이보다 많은 업체들이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옥석을 가려내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정부 당국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철저한 사전·사후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코스닥시장 등록 효과-이미지 개선+자금조달
최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디날리아이티 최배식 사장은 『공모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자진철회도 고려했지만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코스닥시장 등록을 결정했다』며 『코스닥시장 등록은 안정적인 벤처기업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등록 전보다 우수 인력확보와 영업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의 코스닥시장 등록은 기업 내외적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적으로는 스톡옵션 등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할 수 있고 외적으로는 부도 등 기업도산의 위험에서 벗어난 안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코스닥시장 등록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코리아링크의 경우 코스닥시장 등록 후 공개채용에서 등록 전보다 수십배에 이르는 지원자들이 몰렸다. 코스닥시장 등록 후 언론 등 여러 루트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코스닥시장 등록이 기업이미지 제고와 함께 우수 인력을 손쉽게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또 안정적인 기업 자금조달도 빼놓을 수 없는 메리트다. 지난해 등록 업체들은 코스닥시장에서 전년대비 70% 가량 증가한 총 10조389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165개사가 공모를 통해 총 2조517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등록 업체가 유상증자를 통해 총 5조4132억원, 사채발행을 통해 2조4354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증자 및 주식관련 사채발행은 80% 가량이 상반기에 집중됐다. 코스닥시장의 폭락으로 하반기 들어 코스닥시장을 통한 자금유입이 크게 줄어든 결과다. 코스닥시장 등록 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시장상황만 악화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자금을 증시에서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전년대비 2000년 유상증자 및 사채발행 금액(단위:억원)
분류=1999년=2000년=증감
유상증자=30844=54132=76
사채발행=15619=24354=56
계=46463=78486=69
통계로 본 2000년 코스닥시장
▲3월 10일 코스닥지수 283.44로 사상최고치
▲12월 26일 코스닥지수 52.58로 사상최저치
▲246개 신규등록법인 중 벤처기업 114개사
▲신규등록기업 공모가 대비 17% 주가하락
▲2000년 코스닥시장 신규등록 벤처기업 평균설립 경과연수 9.3년
▲퇴출기업 44개사
▲IPO 금액 2조5405억원
▲코스닥시장에 조달된 자금 7조8486억원
▲아즈텍WB 633.8% 상승으로 연간주가상승률 1위
▲씨앤에스테크놀러지 89.2% 하락으로 연간주가하락률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