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 정말 돈 되는 사업인가

기업간소모성자재(MRO) 품목이 기업간 상거래(B2B EC)에서 돈이 되는 분야인가.

이 분야 대형 e마켓들이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대형 e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올 한해 사업전략을 수립하면서 주주사가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실거래할 수 있는 상품품목과 규모를 파악하던 중 의외로 거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MRO 용품은 구매방식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기업이 외부로 내놓지 않는 「전략구매 품목」과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해 유통채널이 한 단계에 그치고 있는 「직접소싱품목」, 몇 단계 유통채널을 거치는 「간접구매품목」이다. 전체 규모를 100으로 볼 때 상품 수로는 각각 10, 20,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격기준으로는 간접구매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그친다. 결국 연간 MRO 구매가 1000억원인 기업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이 금액이 전액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믿었는데, 사실은 간접유통에 의존하고 있는 200억원 규모만이 「시장」이라는 것이다.

A e마켓 관계자도 이런 분석에 동의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웬만한 대기업들은 이미 유통채널을 가장 단순화시켜 구매가나 물류비용, 납품기일 등 기업에서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없앤지 오래』라고 말했다. 만일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가 납기일을 못맞추거나 납품가격이 경쟁력이 없다면 거래 자체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MRO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는 과도한 투자비와 맞물려 대형 e마켓들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당 최소 투자비는 100억원인데 여기에 인건비 등 기업 유지비용을 고려할 경우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여기에 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외국기업과 나눠야한다는 점도 문제다.

사업자들은 이 때문에 구매대행이나 솔루션 판매, 컨설팅·SI 등으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는 것과 동시에 「비MRO」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품 생산과 직접 관련된 원부자재는 아니더라도 보조재료나 포장재료 등 MRO가 아닌 용품을 취급한다는 것이다. 수평적 e마켓과 업종별 e마켓이 합쳐지는 「호리티컬」이라는 신조어가 일찍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구매력이 큰 대기업이 모이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