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시장이 극심한 혼조세에 빠졌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관련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16일에는 LG그룹의 통신서비스 포기설 가시화, 포철의 시장 진입 논란 등 메가톤급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돌출, 혼미함을 더하고 있다.
특히 키를 쥐고 있는 정부조차 시장상황이 불투명,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 못한 채 관망을 거듭, 당분간 통신시장 전체가 뒤엉킨 채 이전투구가 지속될 전망이다.
◆LG의 서비스 포기설 가시화
LG전자는 16일 주식시장에 『LG텔레콤 지분을 한국통신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라는 공시를 냈다.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최대 변수인 LG의 속내가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업계의 반응은 즉각 갈렸다. 「포기설을 공식화했다」는 것과 「대정부 압박용 내지는 최후 통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전자는 LG텔레콤 지분 28.14%, 데이콤 49%, 하나로통신 4.23%를 보유하고 있는 통신소그룹의 지주회사격이다. 이런 LG전자가 텔레콤 지분을 넘기겠다는 것은 그룹 고위층이 이미 서비스 포기에 대한 결심을 굳혔고 이에 따라 정리 수순만 남았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이 경우 국내 통신시장은 말 그대로 핵폭탄 투하에 비견되는 엄청난 인수합병 회오리 및 구조변화가 불가피하다.
또다른 시각은 LG가 동기사업자 선정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 최후의 카드를 들이밀었다는 것이다. 동기식 주파수 공고가 이루어지면 LG는 서비스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이에따른 구조조정은 정부에도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배경에서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LG는 이를 통해 이번 추가 사업자 선정 공고시 주파수를 임의대역으로 바꿔달라는 주장을 관철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다.
LG의 진의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 추이와 정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포철, 통신시장 진입하나
안병엽 정통부 장관이 16일 『IMT2000 동기식 사업권에는 컨소시엄 중복 참여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라고 언급, 포철의 통신서비스 진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동기식 사업을 살리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경쟁력있는 사업자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하고 있는 정통부의 고육책이지만 포철이 이에 응할 지는 다른 차원이다.
포철은 일부에서 『그렇다면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뇌부는 이를 부인했다. 포철 역시 이해득실을 따질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포철이 통신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판이 짜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철이 진입한다면 그 대가로 파워콤의 역무제한(직접 서비스 금지)을 정통부에 풀어달라고 요구할 것이 뻔하고 파워콤까지 넘겨 받겠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은 포철 진입에 강력히 저항할 전망이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IMT2000사업권을 따내고 파워콤까지 인수한다면 한국통신에 버금가는 또다른 공룡이 출현하는 셈이며 중견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포철의 시장진입은 정부의 업종 전문화 정책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장고 거듭하는 정통부
정통부는 동기 컨소시엄을 겨냥, 포철 혹은 롯데 등을 포함해 퀄컴, 버라이존, 하나로통신, 삼성전자, 중견 제조업체를 아우르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희망하지만 현실은 계속 어긋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미온적이고 퀄컴과 하나로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포철 진입에도 논란이 따를 것이고 LG는 아예 사업 포기설을 들고 나왔다.
정통부는 이처럼 불투명한 환경 탓에 동기식 사업자 주파수 공고를 계속 미루어 왔지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헷갈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업체들이 정부의 속내를 읽고 따라와 주지 않고 있다. 시장을 단번에 정리하고 앞날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묘수가 별로 없어 정통부가 고민하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