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현장을 가다>38회-美 스탠퍼드大 전자공학과 해리스그룹

◆나노테크놀로지단전자 트랜지스터/ NMR 양자컴퓨터

「왜 양자 컴퓨팅인가.」

양자 컴퓨터가 경제 및 사회적으로 미칠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은 기존의 고전적인 컴퓨터와 비교할 때 연산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 들어 40개 입자의 양자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1024회의 디지털 연산이 필요한 데, 1초에 1조회의 연산을 할 수 있는 테라플롭스(TFLOPS) 성능의 슈퍼컴퓨터로 돌리더라도 약 3만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40비트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단 1초도 안돼 끝낼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컴퓨터는 주로 연산 횟수나 메모리가 큰 연산을 필요로 하는 지구의 환경, 대기 운동, 또는 양자 시스템의 시뮬레이션과 같은 복잡한 문제 풀이에 응용된다. 또 부산물로 얻어지는 양자 통신 및 양자 암호화 기술은 자연의 힘을 그대로 이용한 것으로 보안이 완벽한 통신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취재팀이 방문한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과 해리스그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NMR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 개발에 성과를 올려 미국 내에서도 양자 컴퓨팅과 관련해서는 손가락 안에 드는 연구팀이다.

해리스 교수 그룹은 나노테크놀로지(nanotechnology)와 관련해 VCSEL(Vertical Cavity Surface Emitting Laser) 및 화합물 반도체를 바탕으로 한 광전소자(optoelectronic device) 개발과 CMOS 이후의 기술인 양자 소자인 단전자 트랜지스터와 양자 컴퓨터와 같은 장기적인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5대의 MBE(Molecular Beam Epitaxy)를 운영해 여러 소자들의 기판으로 사용되는 화합물 반도체 및 실리콘 반도체의 원자 단위의 미세한 나노구조 웨이퍼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미 상온에서 동작하는 단전자 트랜지스터(Single Electron Transistor:SET)와 이를 위한 나노구조 제작 기술 연구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팀은 우선 3㎚ 두께의 Ti 금속 박막 위에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팁을 그으면서 전기를 흐르게 해 Ti의 표면을 산화시킴으로써 TiOx의 선을 긋는 나노 산화(nano-oxidation)법으로 15∼25㎚ 수준의 나노구조 제작법을 개발, 상온에서 동작하는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그림5 참조). 그 후 이를 더 개량한 AFM(Atomic Force Microscopy) 방식의 나노 산화법을 개발해 10㎚ 수준의 나노구조 제작법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2㎚ 두께의 Ti 박막 위에 다중관통접합(multiple tunnel junctions)과 0.4 aF의 커패시터, 그리고 단전자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진 상온에서 동작하는 금속 단전자 메모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단전자 소자란 전자 한개의 변화에 의해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자 소자의 구도로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소자의 크기다. 쿨롱의 법칙(Coulomb’s law)에 의하면 고립된 공간에 전자를 밀어 넣기 위해서는 공간 크기의 역수에 비례한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공간이 작으면 작을수록, 전자 한개를 그 공간에 밀어 넣기가 힘들다. 이것이 관통현상과 함께 단전자 소자의 주요 동작원리로 작용하는 쿨롱 봉쇄(Coulomb blockade) 효과다.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상온에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소자의 핵심 부분이 10㎚ 수준이어야 하나, 현재의 소자 제작 기술 수준이 18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CMOS 이후의 차세대 전자소자로서 나노테크놀로지 기술에서 풀어야할 문제다.

단전자 소자에 이어 98년 해리스그룹은 양자 컴퓨터를 처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화학자들이 분자를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핵자기 공명(NMR:Nuclear Magnetic Resonance) 분광법이라는 도구를 활용했다. 클로로포름(chloroform:CHCl3) 분자내의 탄소와 수소의 핵자기(nuclear spin)를 제어해 분자 수준의 간단한 데이터 검색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성공, 양자연산(quantum computing)을 최초로 구현한 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클로로포름은 단 0.5㎖다.

이들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는 「NMR 양자 컴퓨터」라고도 부른다. NMR란 병원에서 인체의 단층촬영에 사용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에 사용되는 기술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술은 분자를 자기장 속에 넣고 펄스형의 라디오 전파를 쏴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핵자기의 분포에 따라 반응하는 신호를 감지한다.

해리스 교수는 지금까지 제안된 여러 가지의 양자 컴퓨터와 비교할 때 NMR 양자컴퓨터가 상온에서 동작하고, 상용화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해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양자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미시세계(1㎚ 이하, 즉 10억분의 1m 수준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매우 낮선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는 자연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원자 하나를 조작해야 할 정도의 매우 정교한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즉 구성 원자들간의 상호작용은 증대시키고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거의 배제해야 하는 양자비트(quantum bit) 시스템과, 양자비트와의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원자수준의 매우 정밀한 양자게이트(quantum gate)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 연구가 성공하기 전에는 양자 컴퓨터는 단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안정된 클로로포름 분자의 탄소와 수소의 핵자기를 양자비트로 사용하고, 매우 발달된 NMR 분광법이라는 도구를 양자게이트로 사용해 2비트짜리 NMR 양자 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연구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IBM이나 HP와 같은 큰 컴퓨터 회사들이 향후 10∼20년 이후에나 빛을 볼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이미 연구팀을 조직했다. 모두 보안이나 대용량 연산 및 데이터 검색과 같은 용도 사용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또 국가적으로도 이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연간 3000만달러 정도의 지원이 국방부 산하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ARO(Army Research Office), NSA(National Security Agency)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NSA는 양자암호화(quantum cryptography) 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너제이 앨런센터(Allen Center Bldg)= 박재성 논설위원 shinhs@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이성재 ETRI 원천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sjlee@ide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