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전기전자과 해리스 박사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는 아인슈타인과 파인만이다. 전기전자라는 「하드웨어」 분야를 연구하는 그가 현대물리학의 대부로 불리는 이들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데는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양자 컴퓨터」 개발과도 무관하지 않다.
『21세기에 부상할 획기적인 새로운 기술은 근본적인 자연 현상에 기초하는 양자 컴퓨터』라고 말하는 해리스 교수에게 아인슈타인과 파인만은 「가장 근본적인 자연 현상을 이해해야만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기술적 돌파구(breakthrough)가 가능하다」는 명제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해리스 그룹이 수행한 양자 연산과 직접 관계된 연구활동은 IBM을 거쳐 현재 MIT에 있는 아이삭 창 박사와 함께 NMR를 이용한 큐빗(Qubit) 구현 성공이다. 이는 아직 초보 단계이기는 하지만 양자 연산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리스 박사는 양자 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앞으로 10년 내에 기초적인 성격의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그중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양자 시스템의 측정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실제로 실용화되는 시점은 확실치는 않으나 20년 정도 이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해리스 박사는 양자컴퓨터의 실용화에 대해 『NMR 양자컴퓨터는 NMR의 특성상 10비트 이상 확장(scale-up)시키기 힘들다. 실용적인 양자컴퓨터가 되기 위해서는 원자를 사용하는 이온트랩(ion trap) 및 광 캐비티(optical cavity)의 형태나, 또는 양자점 스핀(spin injection quantum dot) 및 조지프슨 접합(Josephson junction loop) 등과 같은 고체(solid-state) 소자 형태로 구현해야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체 소자의 경우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양자 연산에 필요한 결맞음시간(coherence time)이 1ns 정도로 제한된다는 점(NMR의 경우는 10초 정도)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성격의 오차보정법(error correction scheme)이 개발돼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 이외에도 적어도 향후 10년 간은 여러 형태의 양자게이트 구현 및 양자 시스템의 측정 문제, 다양한 양자연산 알고리듬 개발 및 구현, 양자역학의 패러독스(paradox) 연구, 제한된 양자 결맞음(decoherence)에 의한 양자오차보정법(quantum error correction) 등의 기초적
인 연구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해리스 그룹은 현재 「노베룩스(NOVELUX)」사와 공동으로 수직형 반도체 레이저 「VCSEL」 개발을 수행중이며, 장기적으로는 IBM과 공동으로 양자연산 및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단전자 소자 및 나노구조제작(nanofabrication)의 과제를 수행중이다. 해리스 박사는 『현재 실리콘 기술의 발전 전망으로 보아 머지 않아 원자단위의 크기로 소자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나노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 및 기술 수요는 점점 증대될 것이며, 그중 하나로서 Si MBE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퍼드대학의 나노테크놀로지에 대한 연구는 전기전자과, 응용물리과, 재료과, 의-생명공학과, 화학과 등의 여러 학과에 걸쳐 2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칼테크·MIT·코넬 등의 대학, 유럽의 델프트공대, 일본 등과 매우 활발한 공동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는 『서로 다른 여러 학문 분야가 어우러질 때 이룰 수 있다』는 해리스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그는 『향후 나노테크놀로지에 범세계적인 자원을 집약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