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하는 9대 기업간(B2B) 전자상거래(EC) 시범업종 가운데 하나인 생물산업 B2B가 최근 「중도하차론」에 휩싸이고 있다. 바이오기술(BT)과 정보기술(IT)의 환상적 결합이라며 선정 당시에는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사업진행 과정에서 산업적 파급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물업종 B2B사업은 현재 수립중인 정보전략계획(ISP) 결과에 따라 실제 시범사업에는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관계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 업종으로 선정된 생물산업계에 최근 B2B 추진의 효율성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제기되면서 전면 재검토론마저 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민간전문가들로 결성된 B2B시범사업자문위원회(위원장 김성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로 지난해말 회의에서 비판적 견해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자문위원은 『9대 업종의 B2B추진현황 점검평가를 한 결과 생물업종은 당장 e마켓플레이스 등 B2B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산업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위탁기관인 생물산업협회 관계자도 이에 대해 설득력있는 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회는 산업자원부가 지난해 10월 결성한 민간전문가 그룹으로 업종별 B2B사업의 선정·점검·평가를 수행하는 핵심기구다.
자문위원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가 강력하게 표출된 이유는 업종특성과 사업계획 등을 검토할 때 파급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생물산업으로 분류된 업종은 의약·화학·식품·환경·에너지·전자·공정·정보 등 8개 응용산업으로 세부업종간 연관성이 떨어지는데다 시장규모도 아직은 크지 않은 형편이다. 지난해 국내시장은 6000억원에도 못미쳤으며 8개 세부업종 중 상품코드를 채택하고 있는 업종이 단 한군데도 없어 최소한의 정보기반도 부재한 실정이다.
현재 ISP사업을 수행중인 생물환경 전문업체 에코솔루션(대표 황종식)도 사업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황종식 사장은 『실제 ISP를 수립하면서 업종 특성상 당장 B2B를 적용하기에는 힘든 각종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2억원도 안되는 ISP 수립비용으로 철저한 시장환경 조사 및 계획수립에도 애로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에다 생물산업이 당초 9대 B2B업종으로 선정된 경위마저 명확한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적 시각이 더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당시 김영호 장관과 업계 간담회 과정에서 생물업종을 추가해달라는 의견이 나와 전격 받아들여진 것으로 안다』면서 『뚜렷한 선정기준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전자·자동차 등 기존 B2B사업을 추진해왔던 8개 업종 외에 생물업종이 갑자기 추가됨으로써 이때부터 두달여 만에 급조됐다는 설명이다.
산자부 전자거래지원과 권평오 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는 자문위원회를 통해 면밀한 업종 선정 근거를 마련중』이라며 『생물업종은 이같은 사전검토에서 예외였다』고 말했다. 산자부가 밝히는 업종 선정근거는 시장규모 및 B2B 추진효과, 타 부문과의 연계 가능성, 정부 예산지원의 타당성,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 추진주체 참여범위 등이다. 이에 대해 주관기관인 한국전자거래진흥원과 위탁기관인 생물산업협회측은 『생물업종은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그 중요성이 남다르고, 업계에서도 B2B 추진에 대한 요구가 높다』면서 중도하차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B2B시범사업자문위원은 『오는 2월로 예정된 ISP 결과 및 시범사업자문위원회 결과에 따라 용도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주먹구구식 정부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